글로벌 자동차 신흥시장에서 GM대우의 약진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탄탄한 시장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시장에서 GM대우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GM이 탄탄한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와 GM대우의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를 결합해 현대차가 휩쓸고 있는 브릭스 시장 잠식에 나선 것.GM은 특히 현대차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과 비슷한 GM대우의 동급 차량을 투입,정면 대결에 나서고 있다.

이미 중국에선 GM대우의 라세티가 현대차 아반떼와 팽팽한 접전을 벌일 정도로 급부상했다.

2008년부터는 '마티즈(GM대우)-아토스(현대차)'의 인도 대결이 벌어지며,러시아에서는 현대차 클릭과 GM대우가 개발 중인 '월드 소형차'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에 있어 이제 GM대우는 'GM의 트로이 목마'로 비쳐지고 있다.

GM대우는 옛 대우자동차의 생산기지는 물론 생산 차종까지 그대로 넘겨받은 사실상의 옛 대우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전 그리스가 목마 속에 병사를 숨겨 난공불락이던 트로이 성을 함락시켰던 것처럼 GM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GM대우차를 앞세워 현대차의 해외 영토를 위협하는 형국에 비유되고 있는 것이다.

엎치락뒤치락 중국 전쟁

현대차와 GM대우를 앞세운 GM의 '바깥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은 중국이다.

상하이GM이 2003년부터 GM대우로부터 라세티(현지명 뷰익 엑셀르)를 반제품조립생산(CKD) 방식으로 수입하면서 아반떼(엘란트라)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라세티는 현재 상하이GM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차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까지는 아반떼가 라세티를 압도했다.

아반떼는 지난해 17만6589대나 팔려 현지 업체인 디이(第一)자동차의 샤리(18만2466대)에 이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라세티는 2004년(10만2620대)보다 50%나 늘어난 15만832대 판매됐지만 현대차 벽을 뚫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라세티가 8만6881대가량 판매되며 아반떼(8만5399대)를 3위로 밀어냈다.

현대차는 이에 맞서 지난 6월 말 아반떼 판매가를 10%가량 낮추는 초강수를 둔 끝에 7월(1만4493대) 판매량에서 라세티(1만1895대)를 다시 따돌렸다.

인도 마티즈-아토스 라이벌전

2008년부터는 인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경차 시장을 놓고 양사가 자웅을 겨룬다.

GM이 2008년 완공키로 한 인도 마하라슈트라 공장에서 마티즈를 생산키로 최근 결정했기 때문이다.

GM대우로부터 마티즈를 부품 형태로 들여와 조립한 뒤 시보레 스파크 엠블럼을 달아 판매한다는 것.연간 생산대수는 최대 14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마티즈 상륙에 가장 긴장하는 업체는 다름아닌 현대차다.

수년 전 국내시장에서 마티즈에 밀렸던 아픔이 인도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현대차 아토스(현지명 상트로)는 올 상반기에 6만6344대 판매돼 현지 업체인 마루티 알토(9만2601대) 및 델코의 인디카(6만9392대)에 이어 3위에 랭크될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현대차는 2007년에 완공되는 인도 제2공장에서 현재 개발 중인 아토스 후속 모델을 생산,강력한 라이벌과 한판 승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럽·러시아에서도 '맞짱'

전운은 러시아에도 감돌고 있다.

2008년부터 GM 러시아 공장을 통해 생산·판매되는 GM대우의 윈스톰과 '월드 소형차'가 현지 인기 차종인 현대차의 클릭(게츠) 및 투싼과 직접 부딪치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최고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상태.2003년 1만4561대에 불과했던 판매대수가 지난해 8만7457대로 불어나면서 수입차 중 판매 1위에 올랐으며,올 상반기(4만7374대)에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소형차 시장의 경우 현대차 클릭은 올 상반기에 1만5178대나 판매되며 2위인 칼로스(7700대)를 '더블 스코어'로 눌렀다.

GM대우 관계자는 "GM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월드 소형차가 출시되면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에선 올 들어 GM대우가 토스카와 윈스톰을 선보이면서 쏘나타 및 싼타페와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미국 소형차 시장에선 GM대우 칼로스(시보레 아베오)와 현대차 베르나(엑센트)가 도요타의 야리스와 함께 1등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히트 모델로 신시장을 달궈놓으면 GM이 곧바로 해당 현대차 모델과 비슷한 GM대우 차량을 투입해 시장 잠식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대차 입장에선 GM의 돌격대가 된 GM대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