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홍보(PR)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돼요."

영국계 담배회사인 BAT그룹의 CSR 총괄 책임자 애드리안 페인 박사는 28일 최근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CSR 열풍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CSR를 일종의 유행처럼 회사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마케팅 아이템이 아니라 경영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한국경제신문사가 이날 주최한 지속가능 경영 포럼에 참석한 페인 박사는 포럼 시작 전 기자와 만나 "BAT그룹은 △성장 △생산성 △기업문화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4가지 전략 축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CSR는 성장전략이나 기업문화와 동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BAT는 연기가 없는 담배 등 덜 해로운 담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담배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BAT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BAT그룹은 이사회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마케팅 등 모든 부서의 업무에 CSR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은 자제하는 등의 룰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페인 박사는 또 "CSR를 조직문화 속에 '내재화'시켜야 한다"며 "CSR의 성공 여부는 종업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종업원들의 단순한 기부행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는 "돈을 쓰는 것보다 돈을 버는 방식,즉 '생산 과정의 질'이 중요하다"며 "BAT는 모든 종업원들이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기업문화로 만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담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페인 박사는 "담배 회사가 없다면 담배는 불투명하게 거래되고 청소년의 흡연을 막는 등의 책임 있는 관리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몸에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드는 등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기업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