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청약제도를 28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가점제를 도입키로 했지만 허점이 적지 않아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점제가 대가족 우선정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주거밀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데다 중·소형 평형에 대한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청년층의 청약기회가 원천봉쇄되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주택수요 많은 20~30대 청약 불리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층은 30대가 주류다.

하지만 이번 제도개편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청약이 사실상 차단됐다.

가점제는 45세·부양가족 4명·10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청약 최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기 택지지구의 경우 이 정도 자격을 갖춰야 당첨 안정권이다.

부양가족 수나 가구주 연령,통장 가입기간 등의 항목에서 절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청년층의 청약기회가 원천봉쇄되는 셈이다.

청년층이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선 계속 무주택자로 버티면서 중년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이와 관계없이 독신자나 이혼가구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를 모시거나 자녀를 둘 경우 가점이 이중으로 계산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양가족 수의 가점항목을 가구 구성과 자녀 수로 나누지 말고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 넓혀가려는 실수요도 청약 힘들어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유주택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활용한 갈아타기가 사실상 힘들어지는 것도 보완할 점이다.

'무주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 탓이다.

정부는 당초 공시지가 5000만원 이하의 소형 주택을 갖고 있으면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예외'를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강북에 소형 주택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이 수억원짜리 강남 전셋집에 사는 사람보다 불리해졌다는 설명이다.

평형확대 목적으로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이 많은 만큼,무주택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가점제를 공공택지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민간택지나 중·대형 평형에까지 가점제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자영업자와 일반 직장인들 간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2010년부터 가구소득이 적을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는데,전문직 종사자 등의 경우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정부가 거주과밀 유도?

가점제에서 가장 큰 점수를 받기 위한 기본 요건은 부모를 모시면서 3자녀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수가 최소 5~6명이 돼야 유리하다는 얘기다.

가구주 나이가 4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일 경우,방 3개짜리 중·소형 주택의 청약 최우선권을 갖게 된다.

가족이 5~6명이 돼야 가족 4명에 맞춰 설계한 주택의 구입기회를 준다는 얘기다.

정부가 거주 과밀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청약방식이 현행 추첨식(예·부금),순위식(저축)에서 가점식까지 더해진 데다 산출방식도 까다로워 청약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월 판교청약 때도 제도가 복잡한 탓에 10년 재당첨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주택청약을 하려면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