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2년 연속 우승을 향해 잰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즈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의 로열리버풀링크스코스(파72.7천258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의 불꽃타를 터트렸다.

전날 그래미 맥도웰(북아일랜드)이 세웠던 코스레코드(66타)를 하루만에 갈아치운 우즈는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어니 엘스(남아공)에 1타 앞선 단독 선두가 됐다.

이로써 우즈는 대회 2연패와 대회 3번째 우승, 그리고 11번째 메이저 왕관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지금까지 우즈는 2라운드 선두로 나섰던 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한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지난 2000년과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역시 2라운드 선두 자리를 4라운드까지 지켜냈다.

1라운드 때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2위로 뛰어 올랐던 우즈는 이날도 '이글쇼'를 펼치며 리더보드 맨 윗줄을 꿰찼다.

앞서 경기를 펼친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15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7타를 줄이며 선두를 달리던 순간 우즈는 14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그대로 홀에 꽂아넣었다.

2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250야드쯤 날아갔지만 핀까지는 무려 200야드가 남아 있었고 커다란 벙커를 둘러싼 둔덕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4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낮게 깔아친 볼은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세차례쯤 튀기더니 깃대가 꽂혀 있던 홀을 비집고 빨려 들어갔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던 우즈는 갤러리의 환호성을 듣고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홀에 들어갔다"고 알려주자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즈는 "이글은 보너스"라면서 "오늘 경기 내용이 좋았다.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기회지만 내가 잡았으니 어쨌든 좋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날 3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으나 갈수록 빛을 발하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팅 실력을 뽐내며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4번홀(파4)과 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우즈는 8번홀(파4)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먼거리 버디 퍼팅이 홀에 떨어졌고 10번홀(파5)에서 가볍게 1타를 더 줄였다.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보탠 우즈는 14번홀 이글로 선두로 나선 뒤 16번홀(파5)에서도 이글 기회를 놓쳤지만 간단하게 버디를 뽑아내며 디마르코의 추격을 따돌렸다.

특히 우즈는 이날 단 2개홀에서만 그린을 놓치는 등 아이언샷이 뜻대로 날아갔고 퍼팅도 28개에 불과했다.

'빅 이지' 엘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첫번째 홀을 향해 걸어나갈 때 이미 우즈가 12언더파를 때렸다는 사실을 안 엘스는 "그가 12언더파를 쳤다면 나에게도 버디의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4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아내는 등 우즈 못지 않은 쾌조의 샷 감각을 보인 엘스 역시 이날 7언더파, 코스 레코드 타이를 쳐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우즈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우즈와 엘스가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것은 지난 2000년 US오픈이 마지막인데 당시에는 우즈가 10타나 앞서 있던 상황이라 3라운드에서 둘의 진정한 의미의 '메이저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디마르코가 우즈에 3타 뒤진 9언더파 135타로 3위,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8언더파 136타로 4위를 달렸다.

2003년 돌풍 재연에 나선 허석호(33)는 아이언샷이 흔들리면서 1오버파 73타를치는 바람에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 공동 37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최경주는 2오버파 74타를 쳐 중간합계 2오버파 146타로 공동 91위에 그쳐 5년만에 이 대회에서 컷오프됐다.

호주 교포 박운호 역시 12오버파 156타, 150위로 브리티시 오픈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탈락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