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인상 중단 시사 발언에 수직 상승했던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이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에서 경기둔화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면서 이제는 금리인상 중단 원인으로 꼽히는 미국 경기둔화의 속도와 폭에 따라 세계 증시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버냉키 효과' 하루 만에 소멸 = 이날 코스피지수는 '버냉키 효과'가 하루 만에 소멸되면서 큰폭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후장 막판 낙폭을 줄이며 전일 대비 1.97포인트 떨어진 1,271.33으로 장을 마쳤다.

경기둔화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에 급등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가 전날(현지시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아울러 이달 10일 순매도 행진을 재개한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누적 순매도 1조원을 돌파한 것과 최근 1주일 간(13~19일) 한국관련 해외 뮤추얼 펀드에서 총 15억4천만달러가 빠져나갔다는 소식도 수급측면에서 지수에 부담을 주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남아있기는 하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왔다며 오히려 금리인상 중단 원인으로 꼽히는 경기둔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시장이 한쪽 방향으로 추세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경기둔화의 폭과 속도가 어느정도 선에서 마무리될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희석화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경기조정 패턴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일시적 조정인지 아니면 연착륙 혹은 경착륙인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향후 시장의 관심이 금리인상에서 경기둔화로 서서히 옮겨가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지표보다 경기관련 지표에 주목" = 따라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경기 관련 지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주 미국에서는 7월 소비자신뢰지수(25일 이하 현지시간)와 6월 기존주택판매(25일), 6월 신규주택판매(27일), 2.4분기 국내총생산(28일) 등 경기 관련 지표가 줄줄이 발표된다.

다음달에 발표되는 7월 ISM제조업지수(1일)와 7월 고용동향(4일)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분간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의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둔화가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영곤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국내 주식시장은 대외변수의 뚜렷한 개선 조짐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지선인 1,200선과 저항선인 1,300선 사이에서 박스권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