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권(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관련 기업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보유한 비핵심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델리티 글로벌 부동산 증권 펀드의 스티븐 뷸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8일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부동산 증권화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뷸러 매니저는 "한국은 경제 수준에 비해 상업용 부동산자산의 금융 자산화 비율이 낮고 이를 유통시키는 수단(상품)에 대한 관심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관련 상장기업(펀드) 수도 얼마 안되고 시가총액도 적은 편이며, 이 마저도 만기가 5년 미만으로 아주 짧다는 것.
반면 일본은 부동산관련 상장기업 수가 36개, 시가총액 규모는 400억달러에 달하며, 싱가포르와 홍콩 시장도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뷸러 매니저는 "한국은 인구가 4천800만명에 달하고, GDP(국내총생산) 수준도 높은 편이며, 상업용 빌딩도 많아 향후 증권화된 부동산 자산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가 아주 큰 것으로 안다"며 "비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해 핵심사업에 재투자할 경우 자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관련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부동산 증권의 경우 주식, 채권에 비해 장기 성과가 매력적일 뿐 아니라, 주식.채권과 상관관계도 낮아 분산투자 수단으로서도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시가총액 1억달러 이상인 부동산 관련 상장기업 321개로 구성된 FTSE EPRA/NAREIT 글로벌 부동산 지수의 지난 1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4%로, MSCI월드지수(9.1%), 리만브라더스글로벌채권지수(7.1%)의 연 평균 성장률에 비해 높았다.

또 MSCI월드지수 상관관계는 0.6에 달했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채권지수와 상관관계는 0.3으로 아주 낮은 편이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부동산 증권 시장에 대해 향후 5년간 매년 10%씩 성장해, 현재 7천억달러 규모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뷸러 매니저는 "최근 국제 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원자재가가 오르면 건설 비용이 올라가고 이에따라 신규 부동산 건설이 위축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증권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