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위축과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가 인수ㆍ합병(M&A)을 생존 비법으로 들고 나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소형 업체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거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기타 업체들도 잇따라 M&A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식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더 이상 비용 절감도 어려운 가운데 현 상태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잇따르는 M&A

올해 식품업계 M&A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CJ다.

CJ는 지난 2월 식품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어묵 등 수산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삼호F&G를 인수했다.

이어 어묵업체인 대림수산 인수전에도 CJ를 비롯, 대상, 오뚜기, 동원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모두 달려든 끝에 지난달 오뚜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실사 작업을 하고 있다.

음료업체 중에서는 동원그룹이 작년 7월 저온살균우유인 덴마크 우유로 알려진 디엠푸드를 인수해 유가공 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 2월에 해태유업까지 인수했다.

또 지난주에는 계열사 동원F&B의 김해관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6년 후 매출을 3배 이상으로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M&A를 시도할 것이며 실탄도 7천500원가량 마련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웅진식품 유재면 사장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음료부문에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삼양사도 지난 5월 외식업체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한데 이어 외식과 기존 사업 부문에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립식품도 올 초 식품과 관련된 식품안전 전문 기업인 Bio & 21을 인수하며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 생존을 위한 길 M&A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 덕분에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업계가 M&A에 나서는 이유는 생존 문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등으로 국내 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비용 절감도 어려워지면서 식품업체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3-5년 뒤를 자신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M&A로 덩치를 키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상장 음식료 업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3년 12.5%를 고점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시장은 오래전에 성숙기에 들어섰고 과점화 구도가 정착된 가운데 M&A 등이 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초코파이로 아시아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고 롯데칠성이 중국 음료 공장을 인수하는 등 일부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주력제품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해외 수출만을 대안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마요네즈와 봉지라면이 각각 러시아와 멕시코에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성공이 찾아온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대신 오뚜기는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청보라면 인수 이래 무려 20년만에 M&A에 나섰으며 앞으로도 좋은 매물이 나오면 계속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웅진식품은 M&A를 하면 제품 구성이 다양해지고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현재 음료 시장 5위에서 롯데칠성에 이어 2위로도 껑충 뛰어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료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 상태에 머물고 있으면 매각설에 시달리고 급기야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M&A 붐이 일고 대형 업체들이 덩치를 키워가면 반대로 중소 업체들은 더욱 설 자리가 없어져서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F&B 김해관 사장도 "매출액 1천억원 미만 중소 식품업체들의 경우 할인점에서 제품을 진열도 안해주고 홍보가 어려운 반면에 원가가 올라가는 등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