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서도 주식형 펀드 수탁고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40조원을 돌파했다.

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전날보다 893억원이 늘어난 40조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시황에 따라 자금 유출입이 극심했던 과거와 달리 주가변동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등 적립식 투자문화가 초기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가계의 자산중 펀드 비중이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수탁고 증가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 수탁고 40조원 돌파..적립식 덕 `톡톡' = 올들어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26조1천784억원에서 40조631억원으로 13조8천847억원이 늘었다.

주식형 펀드 수탁고가 20조원을 돌파한 것이 지난해 10월25일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8개월여만에 2배로 불어난 셈이다.

월별 증가 규모는 1월이 6조1천12억원, 2월이 1조278억원, 3월 1조5천331억원에 달했다.

또 급락했던 증시가 회복하면서 일부 환매가 나타났던 4월 수탁고가 1천337억원 가량 줄었지만 5월 다시 3조968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결산 후 재투자 추정분과 올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해외투자펀드 잔고(각각 3조원 추정)을 감안하면 순수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탁고 증가 규모는 7조원을 다소 넘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불안한 증시 상황 속에서도 수탁고가 꾸준히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적립식 계좌를 통해 매월 일정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 계좌 수는 690만7천개로 1년여만에 3배 규모로 늘면서 전체 간접투자 계좌 수의 59.92%를 차지한다.

적립식 펀드 판매잔고도 올들어 7조8천960억원이 증가, 3일 현재 총 21조9천290억원으로 전체 펀드 수탁고의 9.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디리요네(CLSA) 증권은 "조정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매입단가 인하 효과를 노리고 투자를 늘렸다"며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펀드의 힘'..투신 하락장서 버팀목 = 이처럼 꾸준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으로 투신권은 지난해 이후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투신권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간 총 9조4천620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사상 최고치 등극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8조770억원, 외국인이 3조23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또 올 들어서도 투신권은 4조3천37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외국인의 매물 폭탄(3조8천790억원)에 맞서 지수를 방어했다.

더욱이 적립식 확대에 따라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향후에도 증시의 안전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적립식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된다면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다시 1,200선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간 최소 10% 이상 증가 전망 = 한편 전문가들은 고령화, 저금리로 펀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투자 수요가 날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아직 초기 단계인 퇴직연금 제도 역시 향후 주식형 자금 증가에 한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주식형펀드 수탁고 증가세는 연간 10%를 웃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국내 가계의 전체 자산 가운데 펀드 비중은 2%에 불과하고, 금융자산내 펀드 비중도 6%에 불과해 향후 자산 재배분 과정에서 펀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대표는 "특히 이미 펀드 투자에 노출된 투자자 중 700만명이 적립식 투자를 통해 꾸준히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어, 당분간 수탁고 규모는 연간 15% 수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기업 투명성이 개선되고, 실적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등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을 위한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여기에 퇴직연금이 본 궤도에 오르면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고령화와 저금리로 인해 부족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향후 연평균 펀드 시장 성장 규모는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