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이 지지부진하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는 사업에 진전이 없어 손을 놓고 있으며 일부 단지에서는 아예 사업을 취소했다.

리모델링 시장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 등 규제 강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합원들이 대부분 추가 분담금에 비해 평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외면하고 있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30여개에 이르나 대부분 올 들어 사업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아파트나 일원동 개포한신아파트 등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을 아예 보류한 상태다.

각각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을 시공사(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놓은 상태였지만 주민들이 초고층 재건축 등에 대한 미련이 있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원동 일심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은 27평을 리모델링해서 39평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전용 면적의 130%인 35평까지밖에 증축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3종 주거지역인 만큼 재건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13차와 25차 등도 30평형대 거주자가 추가 분담금을 2억원 이상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이 리모델링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사업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간에 엇박자가 표출되자 '정부 정책이 또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용적률이나 층고 제한,예상되는 세금 등으로는 재건축 사업이 불가능한 단지들조차 규제가 풀리면 재건축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는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송파구 방이동 한양3차아파트 252가구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방이동 대림아파트,잠실동 우성아파트 등은 새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낙 사업 진척이 더딘 단지가 많아 일부 시공사에서는 "해당 조합원들이 단순히 집값을 띄우려고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하는 것인지,실제 추진 의사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S건설 관계자는 "기왕이면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낫다는 통념이 깨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면서 "차라리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풀어 시장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