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퇴임하는 대법관들이 미제사건을 남기지 않으려고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대부분 중요사건의 판결은 후임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이 `중요사건'으로 지정한 사건은 약 170건으로 이 중 60여 건이 강신욱 대법관 등 퇴임이 임박한 대법관 5명에게 배당돼 있다.

이들 대법관은 재임기간에 배당 사건을 가급적 끝내기 위해 지난달까지 격주로 열리던 선고공판을 매주 목ㆍ금요일마다 진행하고 있으나 법률적 쟁점이 많은 중요사건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중요사건은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된 배임ㆍ사기, 분식회계 사건과 의원직 상실 여부에 국민적 이목이 쏠린 정치인들의 선거법ㆍ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냐를 놓고 법정공방이 뜨거웠던 송두율 교수 사건과 `전두환 비자금'을 관리하며 71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씨 사건은 이강국 대법관이 맡고 있다.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금고형이 선고된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 사건은 손지열 대법관이 심리 중이다.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열린우리당 김홍일 의원,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 비상장사와 상장사 주식을 맞바꿔 부당이득을 취한 최태원 SK㈜ 회장 사건의 주심은 박재윤 대법관이다.

이 가운데 2004년 11월 상고장을 접수한 전재용씨와 작년 11월 대법원의 판단을 요구한 김홍일 의원 사건은 심리가 사실상 끝나 다음달 대법관 퇴임 이전에 확정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나머지 사건들은 법률적 쟁점이 많은 데다 사건이 접수된 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아 임기 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송두율 교수 사건은 상고장이 접수된 후 2년 가량 지났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일며 사건심리가 한동안 중단된 탓에 확정판결까지는 상당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의 중론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나 이호웅 의원 사건의 경우 상고장이 접수된 지 각각 4개월, 8개월에 불과하고 항소심에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금고형이 선고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들이어서 퇴임 대법관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하지만 법을 어긴 정치인을 조기에 공직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법부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점에 비춰 퇴임 대법관들이 처리를 미루더라도 후임 대법관들이 최우선적으로 다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