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아파트 청약제도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개편안은 △무주택기간은 물론 소득·자산·가구원수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당첨자를 뽑는 가점제를 도입하고 △복잡한 청약통장 가입체계를 단순화하려는 게 핵심 목표다.

특히 가점제는 청약 예·부금 가입자에 적용될 예정이어서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건설교통부는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바뀌는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동시에 은행 등의 청약전산망을 정비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부양가족 많은 무주택자 유리 >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가점제는 부양가족수,무주택 기간,청약자의 나이,소득,자산 등의 항목에 각각의 가중치를 부여해 종합 점수를 매기는 방안이다.

항목별로 5점 만점에 각각의 가중치를 곱한 뒤 점수를 많이 받은 청약자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게 된다.

이때 가장 큰 가중치가 주어지는 항목은 '부양 가족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가족수가 많은 저소득 장기 무주택자가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점제는 청약 예·부금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청약저축은 가입기간과 저축 납입액 순으로 당첨 우선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청약저축에 가점제까지 적용할 경우 현재의 당첨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돼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교부의 판단이다.

한편 △일정 규모 또는 일정 가격 이하의 소형 주택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도 무주택자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비롯 △부양가족을 자녀로만 한정할지,아니면 노부모 등으로 확대할지 여부 등은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어떻게 매듭 지어질지 주목된다.

또,공공택지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되고 있는 무주택 우선공급제도가 조정될지도 관심사다.

가점제를 도입할 경우 청약자들의 무주택 기간과 나이 등이 점수화될 예정이어서 자칫 무주택 우선공급제도와 중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는 35세 이상,5년 이상 무주택세대주에게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75%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

또 공공택지에서는 40세·10년 이상 무주택세대주에게 40%,35세·5년 이상에 35%를 각각 우선 배정하고 있다.

< 충청 이외 지방 추첨제 유지 고려 >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공공·민간택지 가릴 것 없이 새로 도입되는 가점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건교부는 당초 민간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부담 때문에 적용 대상을 공공택지로만 한정하려 했으나,민간 중소형으로 확대키로 했다.

다만 민간택지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나 수도권·충청권 등에만 가점제를 적용하고 주택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지방권은 지금처럼 추첨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가점제가 제한적으로 적용되거나 아예 적용대상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약제도 개편안 용역을 맡은 주택산업연구원은 당초 전용 25.7평 초과 아파트의 경우 공공택지에서 채권입찰제를 적용했을 때 같은 금액을 써낸 청약자에게만 가점제 기준을 적용해 당첨자를 가리도록 제안했었다.

< 부금 가입자 중대형 청약 길 열려 >

복잡한 청약통장 가입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청약예금을 청약부금에 통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적립식(월 1만~50만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청약부금에 예치금 방식을 추가해 청약예금을 흡수하는 방안이다.

그 대신 기존 청약예금 가입자는 현행 예치금액별 신청대상 아파트나 평형에 그대로 청약할 수 있게 된다.

또 전용 25.7평 이하 아파트만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부금 가입자는 예치금액과 예치기간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도 청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청약부금 가입자도 청약할 수 있게 되는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건교부는 또 현재 청약 신청자가 해당 아파트나 은행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가점제 합산점수나 당첨 가능성 등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청약 전산망을 대폭 정비할 계획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