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대표적인 보수 기업으로 통하는 동부그룹은 연구개발(R&D) 분야만큼은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기업 간 경쟁 심화로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초일류 기업일지라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동부 경영진의 생각이다.

특히 동부는 특화된 틈새기술 개발에 그룹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 초일류급의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특화된 기술로 내실을 다져나가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의 결과 동부는 제강 반도체 등 각 사업부문에서 많은 원천기술을 축적,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부그룹은 올해의 경영방침을 '획기적인 신규사업의 전개'로 정했다.

이를 위해 동부의 각 계열사는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신수종사업 개발을 위한 기술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 중 R&D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동부일렉트로닉스(옛 동부아남반도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대신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아직까지 기반이 약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분야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130나노급 반도체 칩 양산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 극미세 노어플래시 칩 제조공정도 개발했다.

이런 기술력의 바탕에는 충북 상우공장과 경기도 부천공장에 있는 2곳의 기술연구소가 있다.

현재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상우기술연구소에 90명,부천기술연구소에 60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제강의 R&D 경영도 돋보인다.

동부제강은 1985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특화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써왔다.

지난해부터는 연구소 내에 기술지원실을 별도로 설치해 각종 강판의 도금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사전에 차단하는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화학부문 주력회사인 동부한농은 농업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정밀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했다.

국내 최대의 종합 농자재 공급체계를 갖춘 농업부문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식량·건강·생활부문 등 바이오산업과 전자·정보·고분자 소재 등 첨단소재 산업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룹의 IT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동부정보기술의 경우 RFID(전자태그)와 유비쿼터스,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을 미래 전략기술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동부정보기술은 동부그룹 최초로 오세현 박사를 여성 CTO로 영입하고,600명의 전체 임직원 중 석·박사급 고급인력 비중을 25%로 확대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