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가는 길에 오직 승리만이!'

지난달 14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에서 첫 소집돼 스코틀랜드와 독일을 거치면서 한달 가량 계속된 태극전사들의 '지옥훈련'이 마침내 시험대에 오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 경기장에서 토고를 상대로 2006 독일월드컵 축구대회 G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독일 월드컵 무대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가 확정된 이후 대표팀은 국내와 스코틀랜드, 노르웨이를 넘나들며 치른 총 4차례 평가전에서 1승2무1패(4득4실)의 성적을 거두면서 '4강신화' 재현을 기대하는 국내 축구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월드컵 본선 경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게 태극전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진짜 승부의 시작은 13일 토고전.

토고를 상대로 역대 월드컵 사상 원정 경기 첫승을 기대하면서 토고전에서 눈여결 볼 관전포인트를 정리한다.


◇아드보카트호 '세트플레이의 비밀'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팀 전술의 90~100%가 완성됐다" 토고전을 이틀 앞두고 아드보카트호의 송종국(수원)이 자신있게 내던진 출사표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확정 이후 토고와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 주어진 한 달의 시간에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양한 선수 기용과 전술을 통해 토고전을 위한 맞춤훈련에 몰두했다.

그렇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토고전을 '승리카드'로 이끌어낼 세트플레이의 완성판은 어떤 것일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 프리킥 상황에서 이천수(울산)와 김진규(이와타)를 프리킥 지점의 거리에 따라 나눠차게 했다.

코너킥은 이천수를 비롯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두현(성남) 등 주로 플레이메이커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4차례 평가전을 통해 프리킥 상황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터진 골은 하나도 없었다.

이 때문에 토고전에서는 기존의 프리키커들 뿐 아니라 정확한 킥력이 정확한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공격시에 측면에서 고전적인 고공 크로스보다 2선에 포진한 '아군'을 향해 낮고 빠른 땅볼 패스로 중거리포를 노리는 방법도 복안이 될 전망이다.


◇안정환, 역대 월드컵 최다골 도전

공격수는 골로 얘기한다.

더구나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서 대담한 공격수의 움직임은 골에 이르는 지름길.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2골이나 터트리며 16강 진출과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안정환(뒤스부르크)에게 거는 축구팬들의 기대는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역대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2골 이상 뽑아낸 선수는 홍명보(2골1도움)와 안정환(2골) 밖에 없다.

홍명보가 대표팀 코치로 변신한 상황에서 태극전사 최다골의 영광을 차지할 기회는 안정환에게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토고전에서 조재진(시미즈)의 원톱 선발출전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안정환은 언제 투입되던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특급조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도 황선홍과 후반 11분 교체된 지 22분만에 이을용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저력이 있다.

"단 5분을 뛰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안정환의 일성이 의미심장하다.


이운재 A매치 100경기 'D-3'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수문장 이운재(수원)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몸무게 논쟁'에 휘말리며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3차례 월드컵 출전을 맞는 노련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플레이는 태극전사들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운재는 토고전을 앞두고 총 97번의 A매치에 출전했다.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이자 주장완장을 차고 있는 이운재는 토고전을 통해 A매치 98번째 출전을 기록하게 된다.

프랑스와 스위스전까지 합치면 독일월드컵 조별리그를 통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에 등극하게 된다.

이운재의 역대 실점은 86골. 대표팀의 최후방에서 뛰어난 '콜 플레이'와 더불어 경기당 0.86골의 뛰어난 방어력을 선보인 이운재의 활약에 대한 축구팬들의 기대는 크기만 하다.


다득점을 노려라

본선 첫 상대로 토고를 만난 것은 과연 약(藥)일까 독(毒)일까.

한국은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유럽(헝가리, 벨기에, 스페인, 폴란드) 4경기, 남미(아르헨티나) 1경기, 북중미(멕시코) 1경기 등 총 6경기(1승5패.7골19실)를 치렀다.

이중 첫 경기에서 승리를 일군 것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2-0승)이 유일하다.

더불어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1-3패)과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2-0승)을 합쳐 단 두 차례다.

역대 7번째 월드컵 참가에서 한국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뒤지는 팀을 만난다.

이에 따라 역대 월드컵 첫 원정경기 승리 뿐 아니라 월드컵 2회 연속 본선 첫 경기 승리의 위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남은 것은 최대한 많은 골을 넣는 것. 한국은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과연 토고를 상대로 역대 본선 첫 경기 최다골뿐 아니라 한 경기 최다골(2골) 기록까지 뛰어넘을지도 관심거리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