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동에 사는 송명옥씨(44·가명)는 최근 한남동 연립주택(대지지분 16평)을 4억3000만원에 사려다 포기했다.

서류상의 매도자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할 것을 계속 종용했던 부동산 중개업소는 결국 송씨에게 계약금 4000만원을 돌려줘 거래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송씨는 "중개업소에선 '흔한 일'이라며 매입을 권유했지만 매도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산다는 게 꺼림칙해 손을 뗐다"고 말했다.

11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와 성동구 등 강북 인기 재개발지역에서 미등기 전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미등기 전매는 주로 중개업자가 매도자로부터 주택을 매입한 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 매수자에게 웃돈을 받고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등기 전매는 중간 매수자가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의 'U턴 프로젝트'에 따라 강북 재개발지역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이들 지역에 외지 중개업자들이 속속 유입돼 이 같은 전매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촌동 P공인 관계자는 "인기 재개발지역에서 미등기 전매가 가능한 것은 대기 매수자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많아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이동식 중개업자(떴다방)들까지 유입돼 미등기 전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미등기 전매는 엄연한 불법 행위인 만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북 재개발지역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연립주택을 짓거나 단독주택의 용도를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는 '지분 쪼개기'도 늘고 있다.

재개발 후 아파트 입주권이 가구별로 나오기 때문에 가구수를 늘려 놓겠다는 의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