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덮쳐오는 저출산.고령화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요인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까지 가세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다차원 방정식을 푸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단기처방으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폭발적인 사안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후세대 1명이 부모세대 2명을 부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도 갖가지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저출산.고령화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여성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육아 인프라를 튼튼하게 다지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가톨릭대 김종해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애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육아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가사회가 나서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화적, 제도적으로 양성평등과 가정친화적 사회 분위기가 확립된 국가들은 출산율이 높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출산율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시늉만 낼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애를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 기반을 확충하고 출산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무튼 사회구조와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주임연구원은 "사실 우리나라에도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가사를 꾸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제도는 지금도 마련돼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가족화시대에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애를 맡길 곳이 없는 데다, 양육비가 많이 드는 현실을 굉장히 힘들게 여기고 있다"며 "그래서 애를 낳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데, 무엇보다 희망하는 자녀수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보육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버겁다"며 "기업들이 나서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단기적 영리만 추구하지 말고 국가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고용구조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을 앞둔 젊은 층의 경우 취업이 어려운데다 일자리를 갖더라도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등 미래가 불확실해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꺼리게 된다"며 "출산급여나 아동수당,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안심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적게 낳은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몇 년 사이에 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육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기초를 확고히 닦다 보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개발원 장혜경 박사는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산업, 가치관 변화 등이 모두 맞물려 있어 어느 한가지 대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육아와 노후 부담을 국가와 사회, 기업, 개인이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국민 모두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체감하면서 보육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는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