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세운상가 재개발 등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가운데 강남 삼성동 코엑스 몰을 벤치마킹하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통상 주거부문과 함께 전체 개발 연면적의 50% 정도를 상업·업무시설로 짓는 도심 복합개발 사업의 특성상 지하공간을 개발해 대규모 유통시설을 배치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엑스 몰은 국내 지하 상업공간 개발 사례 중 거의 유일한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어 건설사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추세다.


○코엑스 몰 배우기 '붐'

5일 업계에 따르면 세운상가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대림산업의 경우 지하공간 개발에 참조하기 위해 일본의 롯폰기힐과 함께 코엑스 몰 개발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이곳은 지하철 1,3,5호선이 환승되는 데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 당선자도 이 일대의 대규모 지하공간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도심 복합개발 사업과 유사한 수도권 부도심 지역의 대규모 민관합동 PF사업도 코엑스 몰 '따라잡기'가 화두다.

최근 태영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광명역세권 민관합동PF사업이 대표적이다.

태영은 광명역세권 지하에 1만여평의 롯데마트를 비롯 인테리어 용품점,대형문고 등을 배치할 계획이다.

태영 관계자는 "상업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코엑스 몰의 매장 동선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H공사도 은평뉴타운 내에 1만4500여평 규모의 중심상업용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구파발 역사와 연계된 지하공간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유동인구 동선이 강점

코엑스 몰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효율적인 매장 배치를 통해 유동인구 흡수를 극대화해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최대화하는 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엑스의 주말 유동인구는 30만~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 영화관이나 아쿠아리움과 같은 메인 상가(앵커 테넌트)를 입구 쪽이 아니라 쇼핑몰 깊숙한 곳에 배치,모든 상권이 골고루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도록 배치한 동선이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지역상권이 아닌 광역상권을 표방한 업종 구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대규모 가격파괴형 동일업종 전문매장인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를 복합개발 사업에 접목시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계 장난감 유통전문업체인 '토이저러스'나 홈 인테리어업체인 B&Q 등을 유치해 이들을 중심으로 상권을 활성화하면서 상가 분양성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유동인구를 획기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코엑스 몰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대규모 전문업종 상가를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