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유럽에서 경제적 애국심이 강하기로는 프랑스를 따라갈 나라가 없다.

작년 프랑스는 미국 펩시의 식품회사 다농 인수계획을 무산시킨데 이어 금년 철강회사 아르셀로에 대한 인도 미탈스틸의 인수작전을 가로막고,이탈리아의 엔엘에 먹힐까봐 가스회사 GDF를 타회사와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빌팽 총리에서 국회의원까지 "경제적 애국심"을 들먹였다.

미국도 작년 중국 석유회사의 유노칼 인수를 무산시키고 올해에도 두바이 항만회사의 미국 일부 항만운영 인수계획을 "국가안보"를 들먹이며 좌절시켰다.

독일도 외국인 손으로부터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키는 "폭스바겐 법칙"이 있다.

외국에서는 문어발,국내에서는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글로벌 시대의 선진국들의 모습이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협상대상"이라는 입장에서 개도국의 시장과 투자기회 개방을 요구한다.

한국은 이런 세계를 혐오해 빗장을 걸어야 하나?

다시 프랑스를 살펴보자.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IMF 기준으로 이탈리아 13%,독일 25%,영국36%인데 프랑스는 42%나 된다. 한국은 8% 수준이다. 파리거래소 시장주식의 40% 이상이 외국인 손에 있고,외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미국 20분의 1,영국 10분의 1인데 프랑스는 7분의 1이다. 이렇게 글로벌화된 경제인데도 국민여론조사에선 69%가 경제적 애국심에 찬동한다고 한다.

이런 국민정서와 최근 노동법개정 좌절에도 불구하고 빌팽 총리는 외국기업의 신뢰를 얻기 위해 획기적 계획을 발표했다. 외국기업인에 대해 공항에서 신속한 입국수속,편리한 세관신고,나폴레옹 시대부터 내려온 외국인 사업자 면허제 폐지,외국인 학생 대상 영어교육 확대,해외거주 자국 전문인들의 유치조치 등 폭넓은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국민정서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유럽경제의 중환자 프랑스도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서울에서는 고분고분하던 론스타 펀드의 그레이켄 회장이 며칠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감사원,국세청,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수사를 받아온 불만을 정부에 대한 전면적 비판으로 쏟아냈다.

과천에서는 한국은 법치국가이며,정부가 나서 국민의 반외국인 투자를 부추긴 바 없고,정부가 일부 국민의 편파적 민족주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평택 대초리의 불법 데모와 외국자본혐오 국민정서를 부채질하는 대중매체를 보는 외국인 관찰자에게 과연 그러한가 의심이 들게 만든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미국에 건너가 홍콩에 이어 원정 데모의 매운 맛을 보일 모양이다.

칸 영화제 현장에서 스크린쿼터축소 반대 동의를 얻었다고 의기양양하다.

그래서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오늘날 수준의 경제후생을 누리게 된 건 밖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GDP나 교역규모에서 세계 10~12위권에 올라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도 괄목할 만하다.

외국자본 국내유입은 일자리 기술이전 조세납부를 통해 경제에 도움이 된다.

교역 교류는 쌍무적이다.

론스타가 탈세했다면 과징금 부과가 당연하다.

다만 투자 당시 이중과세 방지협약 문제,고정사업장 여부 문제를 미리 챙겼어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손실 위험을 무릅쓴 투자였고 투자이익이 크니까 사후적으로 시비 건다고 볼 수 있다.

뉴욕기자회견 내용은 향후 외자흐름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백년대계란 말이 있다.

한국경제는 2006년에 종결되지 않는다.

고수익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외자는 수용자가 어리숙하면 언제라도 하이에나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기왕의 일과 향후의 일을 가려 균형 잡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

뒤죽박죽 세상에서 일을 조용히 차분히 냉정하게 수습해야 국익에 보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