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는 데 국내 모든 경기전망 기관들의 이견은 없다.

하지만 상반기의 높은 성장세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으로 봐야 하는지,아니면 '본격적인 경기 하강'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분석이 다소 엇갈린다.

정부는 지난 1분기와 같은 고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의 성장률 둔화는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러나 25일 발표한 '200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는 경기 순환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기 상승 기간이 단축됐다"며 "현재의 경기 회복도 예외 없이 '단명(短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리스크 요인 갈수록 확산

삼성경제연구소가 이처럼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제시한 것은 최근 유가와 환율 변수가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1분기 평균 배럴당 58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올라선 국제 유가는 연 평균으로 68달러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급이 빠듯한 상황인 데다 △이란 핵문제 △나이지리아 사태 △미국 휘발유 시장에서의 공급차질 우려 등 '3대 악재'가 가세,좀처럼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960원대 정도로 예상하는 등 원화 강세 현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영업수지를 '제로(0)'로 만드는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으로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내수의 성장주도력 약화

유가와 환율이 이렇게 움직일 경우 내수의 성장 주도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가 움츠러들 수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실질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둔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가계의 소비여력 감소로 이어진다.

또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 소비 또는 수입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 '소비 증가→생산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약화된다는 것.

또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분을 수출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영향 때문에 2005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올 상반기 3.8%포인트에서 하반기에는 3.0%포인트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문제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둔화 효과 역시 하반기에 뚜렷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하반기 거시 정책은 경기회복세 약화를 방지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은 가능한 한 하반기 지출 비중을 늘리고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