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함에 따라 국내 최대 건설사를 인수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각축전도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일찌감치 강력한 인수 의지를 선포해 놓고 있는 상태다.

현대상선 지분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미묘한 관계에 빠진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그룹도 인수전에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금호아시아나와 두산그룹 역시 전혀 배제할 수 없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현대건설의 9대 채권 금융회사는 현대건설 지분 50% 이상을 매각해 출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어서 인수대금은 시가기준으로 최소 2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향후 매각 일정과 방식은

채권단은 6월 말 대우건설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고 나면 곧바로 현대건설의 매각주간사를 선정,인수희망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을 계획이다.

이어 예비실사를 거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정밀실사를 거쳐 본계약 체결 등의 수순으로 매각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지분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총 지분(65.67%) 가운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50%+1주' 이상이다.

채권단 내에서는 현대건설의 주가가 4만8800원(24일 종가기준)으로 채권단 출자전환 가격(1만7000~2만원대)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급적 매각을 서두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이 가장 적극적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의사를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 그룹의 최대 과제는 현대건설 인수"라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도 최근 "현대그룹 차원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한다면 계열사인 현대증권도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현대그룹 전체가 총력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 현대증권은 수권자본금을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려 유상증자를 통한 실탄마련의 길을 열어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마련해 둔 여유자금을 상선 경영권 방어에 투입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그룹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론되는 인수 후보들은

대우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잠재적인 후보군에 속해 있다.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할 경우 현대건설 인수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삼구 회장은 "현대건설도 좋은 인재들이 많은 훌륭한 회사"라며 대우건설 인수전 결과에 따라 인수를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박 회장은 "건설업을 주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그는 최대 1조5000억원 정도는 자체 조달할 수 있다면서 인수자금 조달에도 자신감을 보였었다.

KCC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현재까지 검토된 사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KCC가 보유 중이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82만주를 독일 엘리베이터 회사인 쉰들러홀딩스에 매각하면서 1493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여전히 관심을 끈다.

현대중공업도 현대건설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최근 현대건설 출신 임원 수명을 영입해 주목받고 있다.

김홍열·장진모·류시훈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