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거품 논란 속에서 일부 수요자들은 여전히 '강남행'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강남 집값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며 기회를 보고 있는 이들 대기매수세 가운데는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과 다주택 보유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올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단지들에는 어김없이 보상금 투자자들이 끼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24일 "동부센트레빌·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 중에는 가지고 있던 땅이 수용돼 토지 보상금을 받은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주된 수요를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지방에서도 수십억원의 보상금을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 들고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토지 보상금이 강남 아파트로 흘러들어오는 이유는 이들에게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사업에 수용된 토지에 대한 보상액은 2003년 8조원에서 2004년 14조원,2005년 18조원(추산)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웬만한 지역의 땅값은 이미 많이 올라 대토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정부가 8·31 대책으로 토지시장을 강하게 규제하면서 토지의 환금성과 투자 매력은 종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은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에서 강남 아파트를 찾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2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50% 중과하기로 하는 등 다주택 소유에 따른 부담이 급격히 느는 반면 1주택자에게는 6억원까지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등 여전히 혜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소형 아파트의 투자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한 다주택자들이 집 여러 채를 급매물로 처분하고 올해 안에 '똑똑한' 고가의 강남 아파트 한 채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 집을 사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지방의 토지보유자나 수도권의 다주택 보유자들이 환금성·투자성이 떨어지게 된 기존 부동산을 처분해 강남 아파트를 세대가 분리되는 자녀 명의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증여세를 조금 물더라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등 각종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알짜배기 부동산만 남기고 세금만 늘리는 기타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투자성을 극대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