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필자는 강남에 살지 않으나 강남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의 화제는 매일 세금폭탄에 모아진다.

작년에 일약 600여만원으로 올랐던 세금이 금년에는 1700만원이란다.

3년 뒤에는 5000만원이라며 "이 자들이 날강도"라고 한다.

그들의 눈빛에 정권에 대한 증오가 극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20여년 전 1억원 내외에 집을 사서 오늘날 20여억원 집부자가 된 '운 좋은 사람들'이다.

당초 주거지 선택을 잘하기도 했으나 주로 김대중 노무현 양 정부 덕분에 집값상승의 기쁨을 톡톡히 봤다.

90년대 초 분당 일산 등 신도시가 들어설 때 강남 집값은 정체했다.

강북의 집값과는 그저 그런 차이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방도시의 고교 비평준화가 폐지되면서 급격히 오름세를 탔다.

노무현 정권 이후는 '반(反)시장정책의 오름세'라 할 만하다.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한 모든 물건은 '제값'을 받게 마련이다. 시장은 물이 흐르듯, 높은 곳은 빠지고 낮은 곳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10·29,8·31,3·30 등 도입되는 조치마다 아파트 매도를 어렵게 해서 물 빠질 곳을 막아버리니 수위(水位)는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개발 도시개발 청사이전은 부동산기대를 키우고 대기자금을 풀어서 알짜배기 주거지역으로 실수요와 투기세력을 몰게 한다.

그래서 최신 아파트에 비해 턱없이 불편하고 더럽고 관리비 비싼 30여평 아파트가 15억원 이상,강북의 4∼5배를 호가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도 격에 맞는 세금을 내야한다.

조세정의상,그리고 강남처럼 뜨지 못한 대다수지역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 수준을 선진국 사례인 시가(時價)의 1∼2%라고 언도한다.

이것으로 과연 합리적이고 형평에 맞는가.

미국의 재산세율은 대부분 1%,예외적으로 2∼3%까지 간다. 그러나 현재 집값이 아니라 취득가의 1%다.

즉 '집을 취득했던 시점에서 과세자가 선택한 재산세 지불의사'를 존중해 과세하려는 정신이다. 미국인에게 집은 소비수단이자 조세절약수단이다.

모기지론을 빌려 은행과 공동소유하고 지불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으므로,100만달러 주택소유자가 70%를 대여받아 4만2000 달러 소득공제를 받는다면 그가 받는 세금혜택은 1만달러 재산세를 흔히 초과한다.

미국의 조세정책은 이렇게 주거수단을 개선시키고 공급을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 사람들에게 집은 자산축적의 수단이 돼왔다.

과거 보유세는 낮고 다른 저축수단은 신통치 않아 근면선량한 시민이면 그저 일생 동안 벌어서 집만 늘리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집값이 선진국에 비해서나 가계소득에 비해서나 턱없이 높다.

봉급생활자나 은퇴자에게는 재산세 1%가 전 재산에 매기는 부유세(富裕稅)가 되고,따라서 정상소득으로는 감내할 수 없다.

정부는 형편이 안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한다.

그러려면 이들은 수억원의 양도세를 내고 주변의 싼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강남의 이런 외침을 들어보라.

"평택 대추리 이장은 20여억원의 토지보상금도 싫고 오직 정든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고 한다.

평택농민만 사람이고 강남사람은 권리도 없느냐.나도 강남에 이사 온 지 20여년,강남에 정이 들어 떠나기 싫고,불법으로 사는 것도 아니다.

나도 세금폭탄이 아니라 두둑한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자."

외국의 제도를 빌리려면 그 취지까지 알아야 한다.

투기와 아파트값을 잡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서민정서에 영합함도 좋지만,특정집단을 차별하고 쫓아내는 정책은 분열과 증오를 증식(增殖)시킨다.

현 정권은 이런 제도에 대해 "역사와 명분을 담았으며,향후 어떤 정권도 못 바꿀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다.

과연 정권의 명분은 어떤 의도 위에 세워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