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열 <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1,2차 석유파동은 석유공급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세의 불안으로 초래됐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상승은 이란 핵문제 등 산유국들의 정세불안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세계 석유수요는 증가세인 반면 생산설비 부족과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에 따른 투자지연 등으로 원유공급은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더구나 최근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에서 보듯이 주요 산유국들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무기화하는 자원민족주의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이들 지역에 석유메이저의 투자가 축소돼 설비증대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지난 2년 사이 국제 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에서 2배 이상 상승하고 있어 최근의 유가급등 상황을 '신고유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금년도 연평균 유가는 이란의 핵문제가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배럴당 65달러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작년 대비 30% 상승한 수준으로 석유수입액은 추가로 약 120억달러가 늘어나고,경제성장률은 당초 계획보다 0.5%포인트 정도 축소가 예상돼 우리 경제운용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환율하락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체로 환율하락과 유가 상승이 동일 비율일 때는 환율이 미치는 경제파급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지만,만일 금년에 유가 상승률이 매우 높게 되면 유가 충격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고유가 상황을 수세적 방어에서 공격적 대응으로 정책전환을 꾀하게 되면 우리에게 결코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신고유가에 대한 대내적인 대응전략은 우리 경제의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60% 수준에서 45%로 낮아졌고 에너지원단위도 연차별로 개선되고는 있지만,단기적으로 탈석유정책과 에너지절약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투자를 대폭 확대해 우리 경제가 고유가에도 견딜 수 있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다.

에너지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술발전이 성공의 요체이므로 관련기술의 육성정책 실시가 중요하다.

특히 차세대 대안에너지인 수소공급비용이 2020년 전후 화석에너지와 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과 재정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자원보유국과의 자원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이 자원개발권에 대한 선도적 기반확보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참여정부가 활발하게 추진한 자원보유국 10여개국과의 자원외교 실적은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진출에 큰 불씨를 지폈으며,앞으로도 더욱 광역화·전략화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나친 중동 의존에다 70%의 원유를 군사적 긴장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송하는 석유공급 안보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까우면서도 육로 수송이 가능한 동러시아권 자원개발 진출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제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해 조기경보 지수가 최종단계인 '심각'수준에 진입할 경우,국제기구인 IEA에 원유가격 안정을 위한 비축유 방출을 요청하기 위한 외교적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신고유가 상황을 극복하는 또 다른 적극적인 방안은 산유국의 풍부한 오일머니를 흡수하는 것이다.

작년 중동의 걸프연안 6개국의 석유수출액은 이미 3270억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들 산유국이 오일머니로 구축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정보기술(IT) 및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진출과 우리의 석유개발 진출을 연계하는 전략을 집중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전략인 것과 같이 현재의 신고유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기지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