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시작된 분양가 인하가 수도권으로까지 파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일부 지방에서 나타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집값 상승을 부추겨왔던 분양가 인상이 일단 중단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해당지역 땅값 상승→고분양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겨 집값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도 이제까지와 같은 분양가 상승 랠리는 더 이상 힘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도권의 분양가 인상폭이 지방보다 훨씬 더 컸던 데다 각종 규제로 집값이 조정기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 등 인기지역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기 매수사가 많아 조정을 받더라도 폭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용인은 고분양가 논란 확대

분양가를 가름짓는 것은 땅값과 건축비 등의 원가지만 실제로는 주택이 공급되는 해당 지역과 주변의 시세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 때문에 대형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은 인근 시세 이상으로 분양가를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분양가가 원가와 적정이윤 이상으로 책정돼 온 것이 '집값 거품'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판교 후광지역'으로 각광받는 용인은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평당 500만∼600만원 수준이던 용인지역 분양가는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보여 지난해 5월에는 평당 1000만원을 넘어 두 배가량 올랐다.

올 들어서도 분양가 상승세는 이어져 용인 성복동에서 분양 예정인 A건설의 4000여가구(33∼61평형) 분양가는 평당 1300만∼14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분양가 인상 제동 불가피

아직까지 수도권에서 구체적인 분양가 인하 사례는 없지만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용인 성복동 아파트 분양이 몇 년간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은 인허가 지연 등 절차상의 차질 이외에도 분양가 문제가 큰 이유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3·30대책 후속 입법이 완료되면서 용인 집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당 집값이 주춤하고 있어 성복동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에 육박한다면 건설사도 솔직히 분양에 자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정자동의 B공인 관계자는 "주거여건이 한 수 위인 분당의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용인의 타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여기에 분양가마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 누가 청약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 동탄신도시에서 200여가구의 주상복합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 건설사도 분양가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다소 낮춘 평당 1300만원대로 고려하고 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동탄의 랜드마크 주상복합인 메타폴리스 분양의 후광 효과를 충분히 누릴 것으로 보지만,평당 1300만원대도 동탄 일반아파트의 분양권 시세보다는 평당 수백만원 비싼 것이어서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