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천500억원이 넘는 매수 우위를 보임에 따라 최근 14거래일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3조원에 육박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곤 `팔자'로 일관, 이날까지 총 2조9천500억여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매도 종목은 주로 전기전자주를 비롯한 블루칩들이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 POSCO 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심리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전세계 위험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40% 가량 진행됐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전체 매입물량(260만주) 중 104만주 가량을 매수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도 60% 정도나 남아있어, 외국인의 매도는 좀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외국인은 올초 4조원 가량 순매수한 데 이어 4월말부터 최근까지 3조원 가까이 처분했다"며 "원.달러 환율이나 정보기술(IT) 등약화된 기업 실적 모멘텀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돈을 더 많이 유입시킬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싸게 살 기회가 풍부했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묻지마' 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들여왔으나 최근에는 특별한 호재가 있을 때만 자금을 투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초에도 외국인은 경기 연착륙 및 IT 실적 회복 기대감이 제기된 점을 호재로 삼아 국내에 단기 자금을 유입시켰다가 최근 국내외 상황이 악화되자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다.

홍 팀장은 "외국인은 매수보다는 차익실현을 지속할 것이나 올해 자금 유입규모를 감안하면 대규모 순매도 국면은 한 차례 정도 더 나온 뒤 진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지속되는 동안 기관이 어느 정도 물량을 소화할지가 관건이지만 수급 사정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하는 기간에 기관은 4천200억원 가량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날 역시 기관은 700억원 가까이 순매수를 보였으나 프로그램 순매수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증권, 연기금, 종금 등은 오히려 외국인 매도세에 동참했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세도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주식형펀드 자금 설정액 규모는 35조6천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천932억원 늘어났지만 해외주식 직접투자펀드 등을 제외하면 국내운용사 주식형펀드 증가분은 4천989억원에 그치고 있다.

또 올 2~4월 월 평균 자금유입 규모는 8천91억원으로, 작년 6~11월의 월 평균 1조8천61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그간 매수를 유보해온 연기금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있지만 보수적인 연기금의 특성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때까지 수급 악화 국면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여전히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고 있어 주가가 웬만큼 하락하지 않으면 자금 투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1,360선) 안쪽에서 움직이는 동안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기를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