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학계의 거두(巨頭)인 조순 서울대 명예 교수가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고 한·미 FTA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조 교수는 15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06년 1차 정책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참여정부의 인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경제적 유산을 물려받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어 각종 경제정책들이 상호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정부가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은 근거가 빈약하고,정책추진도 초고속으로 이뤄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정부 경제정책 일관성이 없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책 일관성 부족을 들었다.

그는 "참여정부가 강조하는 소득분배는 외환위기 이전의 압축성장 시대에는 적절한 정책 방향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몰고온 신자유주의 정책기조하에서는 분배 정책을 쓸 정부의 능력은 별로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무한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면서도 정부 주도의 분배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상호 모순되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는 것.

조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그는 "정부는 지난 1년여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저금리 유지,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지정 등 부동산 보유를 부추기는 정책들도 동시에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런 현실 속에서 세금을 중과하는 것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효과 근거 없다

조 교수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작심을 한 듯 강한 톤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한·미 FTA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식자(識者)는 말이 없고 당국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려 한다"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국책연구기관들이나 정부에서 제시하는 한·미 FTA에 대한 연구결과는 모두 장밋빛인데 그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미 FTA 효과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어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해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한·미 FTA로 대미(對美) 수출이 크게 늘어 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주요 품목인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관세율은 0%에 가깝거나 2~3%에 불과해 FTA에 따른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한국의 관세율은 11.2%여서 이것이 철폐되면 대미(對美) 수입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더 이상 내줄 것이 없을 정도로 개방된 금융에 대해 무엇을 바라고 신(新)금융서비스를 미국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