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라디오방송 애청자라는 회사원 이모씨(40)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얼마 전 지방에 갈 일이 있어 새벽 운전에 나섰다가 라디오 방송을 듣고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새벽이라 졸음도 쫓을 겸 한 라디오의 음악 방송을 들으며 기분 좋게 운전중이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상쾌함은 불쾌함으로 바뀌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노래 때문이었다.

오전 4시55분쯤 이날의 방송시작을 알리는 멘트와 함께 방송사의 사가(社歌)가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됐던 것이다.

이씨는 "방송사 직원도 아닌 대다수 국민들에게 방송사가 사가를 들려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전파를 방송사의 홍보에 써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록 사가가 방송되는 시간이 5분 가량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연간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시간"이라며 "이는 전파 낭비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중파 방송사 세 곳 중 사가를 방송하는 곳은 KBS MBC 두 곳이다.

이들 방송사는 개국때부터 새벽 4시55분부터 5시까지 방송 시작과 함께 자사의 사가를 전국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SBS도 1990년 개국 이후 하루 한 차례 사가를 방송해오다 지난 3월 실시한 방송개편 이후 중단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사가 방송은 KBS의 방송지표나 정체성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주 목적이 있다"며 "사가는 비록 국민들에게 방송되지만 공식적인 방송편성시간과는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관례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가 방송을 통해 방송사의 특성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사가란 원래 해당 기업 소속 직원들의 애사심과 자긍심을 높이고 직원들간 소속감과 단결력을 키워주기 위해 만든 노래로 회사 창립기념식이나 운동회 등 주로 사내 행사에서 이용된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이 사가를 공적 재산인 전파를 통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모든 국민을 방송사 직원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