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척살조,침투조까지 만들어졌다면서요? 무서워서 내일은 출근하지 말까봐요."

검찰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1일 저녁.퇴근하던 서울중앙지검의 한 직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맞춰 검찰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난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는 것이다.

"설마 그러겠느냐"며 중앙지검 문을 나서는데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4개월여 동안 황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중앙지검 앞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 직원들에게 이들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낮에는 '줄기세포 특허 수호'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해질녘부터는 촛불을 켜고 검찰청사 앞을 지켰다.

황 박사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귀가하던 날은 그의 차를 쫓아가며 "황 박사님,저희가 있습니다.

힘내세요"라며 응원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장면2."우리 특허 못 지키면 검찰도 매국노다."

황 박사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인 12일 오전 10시30분.검찰청사 앞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의 논문 조작과 횡령 혐의 등에 대한 검찰 발표가 나오자 지지자들은 격분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험악해지기 시작한 것은 검찰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문을 나서면서부터.일부 지지자들은 "검찰이 특허를 미국에 팔아먹었다"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한때 황 박사는 온 국민의 영웅이었다.

특히 난치병 환자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지지해온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국민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우리 과학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때다.

그래야 이번 일로 절망에 빠진 난치병 환자들에게 하루빨리 희망의 불씨를 지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이며 성수대교가 멋지게 복원된 것처럼 우리 과학계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검사의 소망처럼.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