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귀금속 거래업체로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헤라에우스의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금값 랠리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주목을 끌고 있다.

금값이 최근 온스당 700달러를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을 낙관하는 시각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거품붕괴론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금과 함께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이끌고 있는 구리의 경우 중국의 비축량 확대 등 실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상당기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값 랠리 끝날 것"

헤라에우스의 헬무트 에슈베이 사장은 10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귀금속 랠리가 엄청나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며 "은값이 먼저 떨어지고 금도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6월 인도분 기준)은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980년 10월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700달러를 돌파했으며 11일에는 장중 한때 71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 상승률이 250%를 넘는다.

에슈베이 사장은 "이 같은 가격 수준은 풍부한 수요와 낮은 재고 수준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금값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히 언제 거품이 꺼질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결국은 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슈베이 사장은 특히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 중인 금을 시장에 풀어 놓을 경우 금값 거품이 손쉽게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과 달리 백금은 재고가 부족하고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리 1만달러까지 간다"

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사상 처음 t당 8000달러를 돌파하며 올 들어서만 85%가량 뛰어오른 구리 가격에 대해선 여전히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구리 채굴회사인 펠프스닷지의 라미로 페루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이날 메릴린치 주최로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구리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구리값 상승세가 54개월간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셈프라메탈스의 존 켐프 이코노미스트는 "구리 가격이 t당 8000달러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조만간 t당 9000~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기준금리를 5.0%로 올리면서 향후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점도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부추길 수 있는 호재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상품 투자의 메리트가 커진다는 점에서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루이스 연구원은 "상당한 자금이 상품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자금 흐름이 현실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이 다시 한 번 꿈틀 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FRB가 인플레(물가 상승)를 야기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는 않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