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의 검찰 체포가 금융권 최대 이슈인 LG카드 인수전의 초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농협에서는 "정 회장의 검찰 체포가 LG카드 인수와는 무관하다"며 긴급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LG카드가 신한금융지주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검찰에 전격 체포되자 농협중앙회는 이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긴급대책 회의를 갖는 등 이번 사태가 현재 추진 중인 LG카드 인수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은 일단 "정 회장건은 LG카드 인수와는 별개 사안이며 LG카드 예비실사 후 이달 말까지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예정된 인수 일정을 수행하는 데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새 농협법이 시행됨에 따라 농업경제,축산,신용(금융) 등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가 도입돼 사실상 부문별 독립경영이 이뤄져 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만약 정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LG카드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농협이 '페널티'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최근 자산관리공사가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횡령 및 배임 등의 전력이 있는 기업에 감점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LG카드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 인수 기업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협은 9조원에 달하는 지역농협의 중앙회 예치금을 LG카드 인수에 필요한 '실탄'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LG카드 인수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여왔다.

농협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체포되기 전까지 "농협이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서 진 적이 별로 없다"며 "LG카드 인수전에서도 결국 우리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LG카드 인수를 놓고 신한금융지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대외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LG카드 인수경쟁에서 농협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신한금융지주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라이벌인 농협이 자칫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 여론이 신한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LG카드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며 "LG카드 인수를 반드시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신한은행의 카드 고객도 많아 자체 성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LG카드 인수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판단한 신한금융지주가 향후 채권단과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포석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예비실사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하고 6월 중 입찰제안서를 받아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