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둔 아드보카트호에 잔디 적응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지난 한일월드컵이나 현재 태극전사들이 뛰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 경기장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AP통신은 9일(한국시간) 독일 월드컵경기장 잔디 길이는 2.8㎝에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의 신만길 과장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은 잔디 길이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경기감독관 재량으로 경기 전날 결정한다.

2002년의 경우 대회 전 열린 경기감독관 세미나에서 2-3㎝로 통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대표팀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2㎝에 가깝도록 최대한 짧게 깎은 잔디 위에서 경기했다.

날이 더워 잔디가 금세 자라기도 했지만, 잔디가 짧을수록 볼 스피드가 살아나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른 패스 연결이 강점인 태극 전사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히딩크 감독은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물을 많이 뿌려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의 의도는 태극 전사들의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프로축구 경기장의 잔디 길이도 당시와 비슷하다.

FC서울이 홈 구장으로 사용 중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경기 당일 2.1-2.3㎝의 잔디 길이를 유지한다.

짧은 잔디에 적응돼 있는 태극 전사들로서는 약 0.5㎝는 더 길어진 잔디 위에서 이번 독일월드컵을 치러야 한다.

잔디 적응력이 월드컵 성공 신화 재현의 열쇠가 된 셈이다.

한편 독일 월드컵이 열릴 12개 구장 중 지난 주말 올 시즌 분데스리가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 베를린, 도르트문트, 카이저스라우테른 등 세 곳의 경기장이 8일부터 잔디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12개 구장 중 7개 경기장은 네덜란드, 나머지 5개 구장은 독일에서 키운 잔디를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