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환은행, LG카드 등 초대형 금융기관기업 인수.합병(M&A)전이 진행되면서 증권가에 '은행들 짝짓기'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특히 관가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금융권 내부 정보, 정부 정책 방향, 애널리스트 분석 등이 어우러져 탄생한 '은행 짝짓기 시나리오'는 외환은행과 LG카드 매각 이후 후속 M&A전까지 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3대 대형금융社 탄생' 시나리오는 = 증권가를 달구는 은행권 짝짓기 구도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LG카드가 신한금융지주에 넘겨진 후 ▲2~3년내 우리금융지주가 하나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해 은행권 대형화 작업이 완료된다는 내용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초대형 리딩뱅크(선도은행) 탄생을 위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자산규모 2위인 신한지주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카드 인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LG카드 자산은 12조원대에 불과하나 보유 고객이 많아 소매금융 측면에서 국민은행과 팽팽한 경쟁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산규모만 볼 때 200조원대인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270조원대의 공룡 은행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어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은 각각 170조원대, 160조원대이고 하나금융은 100조원대에 불과해 경쟁이 활성화되려면 추가 M&A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LG카드가 신한지주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법인세 감면효과 및 자금 조달 능력 및 영업권 감당 능력 측면에서 신한지주가 가장 우수하며 합병후 시너지 효과도 가장 낫다"고 분석했다.

시나리오가 맞다면 상대적으로 외형 경쟁에서 밀리는 우리금융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우리금융이 갑작스럽게 발을 뺀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선 우리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면 가치와 주가가 높아져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후 주식교환을 통해 타은행과 합병시키면 수월하게 우리금융을 민영화할 수 있어 정부가 우리금융의 LG카드 인수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추측이다.

다만 아직까지 외환은행와 LG카드 인수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간 합병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은행들이 M&A에 나서는 것은 경제가 고도성장기가 아니어서 성장성이나 수익 및 재무지표가 정체 또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글로벌 경쟁까지 감안하면 M&A를 통해 덩치를 키울 필요성이 높아져다"고 말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안정성을 확보한 은행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할 수 있는 M&A를 통한 대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수익성 및 자본력을 키워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경쟁이 가능토록 하자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 불사조 M&A테마..은행주 달굴까 = 올해는 이처럼 M&A 향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은행주 주가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는 외환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은행들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이나 LG카드 등 타금융기관 인수전에서 실패하면 M&A 주체에서 객체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병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은행산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M&A는 장기적으로 대형 호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인수전에서 성공한 은행들은 성장성에 대한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업종내 주가 상승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전략상 M&A 성사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성사 전에는 매물을 사들이고 매각 이후에는 인수자를 사야 한다"며 "거래성사 전에는 매물로 나온 은행이 할증거래되고 매각 이후에는 인수한 은행이 성장성 부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구 팀장은 "은행주는 수익성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과 M&A 이슈, 정보기술(IT) 등 수출주 대안 등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이 하락하면 은행주도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