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리 인상 결정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 인상 중단 발언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선진7개국(G7) 회의가 끝난 뒤 불과 1주일 만에 나온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결정 배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토니 프라토 미국 재무부 대변인이 "중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의 힘을 반영하려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환영한 대목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미국이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쪽으로 '암묵적 공조 체제'를 구축한 뒤 금리 정책을 바꿨다면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버금가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왜 금리 인상을 택했을까

세계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핵심은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과잉 투자로 인한 원자재값 폭등' 문제다.

미국의 과소비는 지난해 가계 저축률이 72년 만에 마이너스(-0.5%)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1000억달러 이상을 무역 흑자로 벌어들였고 중국의 높은 저축률은 새로운 투자로 연결되면서 원자재값 폭등을 초래했다.

중국의 금리 인상 결정은 이 같은 세계 불균형 시정 압력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부 산업의 투자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대출금리 인상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와 니켈은 4%,아연은 5%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가 연출됐다.

대출 금리를 0.27%포인트 인상하면서도 예금 금리를 동결한 것은 '내수소비 부양'을 촉구한 G7 성명에 부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이 예금 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국 소비자들의 저축률은 더욱 높아져 세계 불균형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금리 인상을 포기한 것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내수 소비를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환율은 언제 손 댈까

중국은 당분간 금리 인상을 통한 경기 안정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영 파이낸셜뉴스는 28일 "인민은행이 대출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기정 사실화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경우 중국 경제는 급격한 경기 침체에,미국 경제는 물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 우회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달러화로 몰려들던 세계 유동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 데이비드 모지나 연구원은 "버냉키의 발언이 달러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달러화 하락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양국의 금리 정책만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나온 양국의 금리 정책은 세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큰 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후 환율과 금리를 혼합한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달러화 약세-위안화 강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충격 없을까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미국과 중국의 불균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만큼 확대돼 있다"며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계적인 소비 구조조정이 나타날 경우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도 "올 하반기 국제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갔듯이 이번에는 중국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뉴욕=하영춘·베이징=오광진 특파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