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州 '비 카운티' 주민들, 주유거부운동 전개

고유가 행진으로 돈방석에 앉은 미국의 석유재벌 엑손모빌이 결국 시민저항운동에 봉착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 엑손모빌의 석유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발은 텍사스 남부의 작은 마을 비 카운티(Bee County)에서 시작됐다.

이 마을의 소득수준은 텍사스주 전체 연소득 4만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그칠 정도로 가난한 곳이다.

지미 마르티네즈 판사 등 비 카운티의 선출직 관리들은 내달 1일부터 운전자들에게 엑손모빌의 기름 주유를 거부하는 결의안을 금주초 채택했다.

이들이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생활고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균 유가는 지난 한주에만 갤런당 13.1센트가 오른 2.91달러로 치솟았고 일부 지역에선 이미 3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이 엑손모빌을 공세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우선 엑손모빌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올해 미국의 100대 기업 중 1위로 도약,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회사인 점이 감안됐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엑손모빌이 리 레이먼드 전 회장의 퇴직금으로 약 4억달러(한화 4천억원)의 초거액을 지불키로 하는 등 상식밖의 '돈잔치'도 한 원인이 됐다.

아닌게 아니라 마르티네즈 판사는 "레이먼드 전 회장의 퇴직금 소식에 분개했다"고 말해, 엑손모빌의 '퇴직금 잔치'가 저항운동의 한 원인이 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미국인들은 지금 지칠대로 지쳐있다.우리 마을의 경우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갈 지경"이라며 "그래서 불만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주내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우리 뜻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고유가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희망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 카운티 주민들은 그러나 석유 소매상들이 유가를 갤런당 1.30달러까지 낮출 때까지는 불매운동을 엑손모빌사에 한정키로 했다. 자동차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이 같은 주민저항운동은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곳에서 엑손모빌 주유소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자들에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 카운티에서 편의점 세곳을 운영하는 레티시아 무노즈는 "그들이 그런다고 유가가 떨어질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들이 성취하려는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을 우려, 내달 2일부터 유가를 대폭 인하해 갤런당 2.79달러를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갤런당 1.30달러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파산으로 갈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물론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유가 인상에 따른 주민저항 운동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전국편의점협회와 미국석유연구소(API)도 즉각 항의성명을 냈다. "비 카운티 지도부가 현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제인 밴 리안 API 대변인은 "유가는 소매업체 주유기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결정되는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특히 소매가는 원유가격의 60% 정도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비 카운티 지도급 인사들은 석유재벌들과 부시 행정부의 유가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석유재벌들이 전례없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석유회사들에게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게 그 요체다.

어찌됐건 미국민들의 주유 보이콧 움직임에다 '횡재세'(windfall tax) 추징, 의회 청문회, 가격 담합및 폭리 여부에 대한 수사 착수 등으로 석유재벌들이 된서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