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유를 비롯해 금 구리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공급 불안보다는 막대한 투자(투기)자금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3억4000만배럴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은 것도 원자재 펀드 등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원유 선물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지는 원자재 가격의 결정 요인이 수요와 공급의 차이에서 밀려들어오는 자금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잰 스튜어트 UBS증권 국제원유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원유 재고량과 유가 간의 밀접했던 상관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연기금까지 원유시장에 들어와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현 유가의 10달러 정도는 이런 투자자금 때문에 형성된 프리미엄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원유 외에 다른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이 같은 가격결정 요인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18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선물 6월물은 4.50달러 상승한 온스당 62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34.30달러까지 올라 2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 선물도 장중 파운드당 2.975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월지는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에 3년 전보다 배나 많은 1000억~1200억달러를 투입,이처럼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오 라킨 S&P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수급 상황 등 펀더멘털은 현재 원자재 가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원자재 펀드들의 투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개발 갈등이 없었더라도 원자재 가격은 올랐을 것"이라며 "원자재 펀드들이 시장에서 빠져 나가고 시장에 공급이 늘면 강세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아직은 새로운 투기자들이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의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