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가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동·호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주공에 따르면 이 회사는 경기 용인 보라지구,고양 일산2지구,화성 봉담지구 등 3개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청약저축 2·3순위자들에게 실수요자들이 꺼리는 저층만을 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점을 입주자 모집공고에 미리 반영하지 않아 후순위 청약자들이 저층을 배정받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더기로 청약을 신청,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용인 보라지구의 한 입주민은 "주변에서 청약저축 후순위 자격으로 청약한 사람들이 모두 저층에 배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특히 주공이 분양내역 공개를 계속 거부한 채 컴퓨터에 의해 일괄 무작위 추첨만을 주장하다 결국 순위별 층수조작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층을 배정받을 줄 알았다면 청약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공이 미분양을 막기 위해 고의로 속였기 때문에 입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11월 분양추첨한 용인 보라지구(762가구)에선 3순위 당첨자 171명이 모두 4층 이하의 저층을 배정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1순위 당첨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3개 택지지구에서 순위별로 동·호수를 지정했던 사실이 있다"면서 "청약자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736가구 규모의 화성봉담 주공아파트는 작년 3월에,1150가구의 고양 일산2지구는 지난 2004년 12월 이 같은 방식으로 추첨됐다고 주공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민 주택공급기관인 주공이 무작위 추첨이라고 속이면서 3순위자들에게 저층 미분양아파트를 고의로 분양함으로써 서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 김진 전 주공 사장은 이날 파주운정지구 등의 개발도면을 건설업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