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 중인 감사원은 이강원 전 행장 등 당시 경영진이 계약 체결 전 두 달여 동안 매각가격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판단,이들을 검찰에 배임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감사원 핵심 관계자는 18일 "2003년 6월 이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하이닉스 주가가 치솟았고 수천억원대 부실 요인으로 인식돼온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도 해결되는 등 은행의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며 "그런데도 은행 경영진은 8월27일 본계약 체결일까지 매각가격을 올리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회사를 파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거짓명분이라도 갖다대는 법인데 객관적인 상황이 호전됐는데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설혹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 다른 의혹은 그냥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 부분만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감사원이 당시 경영진의 협상 태도와 전략을 문제삼아 이번 감사를 '헐값 매각' 쪽으로 결론낼 계획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감사원은 또 외환은행 경영진이 공개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론스타펀드와 단독 협상을 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가격 인상' 기회를 스스로 사장시킨 점도 문제삼고 있다.

감사원은 다만 배임죄 적용 대상에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정부 관료들을 포함시킬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당시 경영진측 관계자는 "매각가는 국내외 금융계에서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호조건이었다"며 "경영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또 이 전 행장이 퇴임시 받은 외자 유치 성과급 7억여원은 론스타의 은행 인수를 도와준 데 대한 보상적 성격이 있다고 보고 검찰 고발을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의 정책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평가연구원을 통해 당시 경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외환은행 경영진과 정부 관료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론스타측 관계자 소환을 추진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소환 대상자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깊숙이 개입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와 실무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날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이틀째 소환 조사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