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예상대로 콜금리를 동결했다. 환율 급락속에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혼재하고 있는 데다 물가 인상 압력도 그리 높지 않아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 경기 불확실성 "아직은.." 이성태 총재의 취임으로 금통위 의장이 바뀐 후 열린 첫 회의에서 금통위가 콜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에 대한 각종 지표가 경기 회복 과정에서의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추세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경기를 바라보는 심리나 실제 지표 모두 불안한 모습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3.4로 2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은의 기업체감경기 지수는 2월에 급락했다가 3월에 급등하는 등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2월 경상수지는 7억6천만달러 적자를 기록, 6개월만에 적자를 돌아섰다. 3월과 4월에도 적자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산업생산과 서비스산업 동향도 전월에 비해 감소세를 나타내 경기 회복세의 토대가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공개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강문수 금통위원이 신중론을 펴면서 콜금 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데서 알 수 있듯이 금통위 내부에서도 지금까지 3차례의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파급 효과를 관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950원대가 위협받고 있으며 원.엔 환율도 800원대까지 밀린 상황이다. 또 새 총재가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보다 일단은 관망적인 자세에서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것이 금리 동결의 이유로 거론된다. ◇ 도사리고 있는 인상요인들 이번 금통위는 동결을 선택했더라도 인상 요인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최근 금리를 연 4.75%까지 올려놓으면서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월가는 이에 따라 올해 연 5.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기존 예상을 연 5.25~5.50%로 수정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했지만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농후하게 풍기고 있다. 결국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분위기에서 한국만 예외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임 이성태 한은 총재의 성향도 향후 금리 인상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통화정책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 및 금융시장의 넘치는 유동성 역시 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 언제쯤 금리 추가 인상할까 경기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지만 추가로 1~2회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 내부적으로는 금리를 올릴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유럽.일본의 금리 인상 분위기를 볼 때 6월까지 한번 정도는 콜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5월10일과 6월29일 회의를 열 예정인 데 적어도 이중 한번 이상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서 한국시장도 일정 부분 보조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도 "국내 경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해외요인 때문에라도 2.4분기 안에 한번 정도는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3월 각종 지표와 3.30 대책의 영향을 두루 살펴야 하는 시점"이라며 "향후 추가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