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거행된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 다시 한번 정부 차원의 사과를 표명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등 이날 하루 공식일정을 모두 제주도에서 보냈다. 노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은 지난 48년 4.3사건 발생 후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때문인지 노 대통령이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는 도중 간간이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도 4.3사건 희생자유족회' 김두연 회장도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님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고, 위령제 봉행위원장인 김태환(金泰煥) 제주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노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줬다"며 각별한 사의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추도사에 앞서 위령제단에 헌화. 분향한뒤 1분여간 묵념을 하며 4.3 사건 희생자들를 추모했다. 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이 평화의 섬을 통해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가자"고 역설하면서 제주의 `과거' 와 더불어 `미래'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준비된 추도사를 모두 낭독한 뒤 즉석 연설을 통해 위령제 참석 소감과 함께 4.3 추모행사의 앞날에 남다른 기대감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그 엄청난 고통과 분노가 시간이 흐르면서 돌이켜볼 수 있는 역사가 되고, 또 그 역사의 마당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앞으로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 제주도의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그것이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분노와 불신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과 믿음, 화해를 가르쳐주는 아주 중요한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가지게 됐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위령제 참석을 마친 노 대통령은 제주도의 유명 향토음식점인 물항식당에서 `제주방문의 해'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제주도 관광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분위기를 좀 풀겠다"며 말문을 연 뒤 "공식적이고 중요한 것은 정책 토론회를 통해서 하고 오늘은 편안하게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오찬에 참석한 제주도 관광분야 종사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오찬에는 김 지사와 유진룡(劉震龍) 문광부 차관, 김인규 `제주 방문의 해' 조직위원장 등 지역인사들이 참석했고,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과 황인성(黃寅成) 시민사회수석, 이백만(李百萬)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배석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제주 컨벤션센터로 이동,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보고대회에 참석, 특별자치도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