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던 비정규직 관련법의 처리가 4월 국회에서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이 4월 국회 회기내 처리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유일하게 반대입장을 보여온 민주노동당이 임시국회 개회일인 3일 한때 법사위 회의실 점거를 통해 실력저지에 나섰기 때문. 여기에다 두달도 채 남지 않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노동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외생변수'까지 잠복해 있어 관련법안 처리향배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노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20여명은 자신들이 요구해온 사용 사유제한 대신 기간제한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 처리에 반발, 3일 새벽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이날 법사위에서 비정규직법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安商守) 위원장의 약속을 받고 일단 점거를 풀었지만 강행처리 기운이 감지될 경우 언제라도 재점거, 법안 통과를 온 몸으로 막겠다는 태세다. 2004년 11월 발의된 뒤 여야 대립으로 15개월간 장기 표류해온 비정규직법은 2월 임시국회 회기 말인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전격 처리됐지만, 민노당의 반발 속에 한나라당 등 야4당이 공동으로 회기내 처리 반대 입장을 정하면서 4월 국회로 넘겨졌다. 원칙적으로는 민노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은 4월 국회 통과에 찬성하고 있지만 여야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그동안 법안 처리를 주도해온 열린우리당은 오는 6일 본회의 처리를 요구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안상수 위원장은 여당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하더라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6일 본회의 통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안상수 위원장은 "가급적 빨리 처리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나 물리적 충돌은 피해보자는 취지로, 한나라당 지도부도 같은 생각"이라며 "비정규직법 관련 법사위 회의를 이달 중순쯤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어쨌든 이달안으로는 처리하겠다"고 처리시기를 늦춰잡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야4당도 이미 4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며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 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을뿐 우리당의 조속한 처리입장에 적극적인 동조는 하지 않았다. 반면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정규직법안은 4월 초반에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고, 김한길 원내대표도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의사일정을) 마비시켜도 괜찮다는 발상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일"이라며 "더 이상 회의장 점거 등의 국회를 마비시키는 불법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민노당의 점거를 범법적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규정한 뒤 "안상수 위원장이 오늘 비정규직법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약속 파기로, 민노당의 무단점거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책무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한편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조준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 면 담을 갖고 법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거듭 밝혔으나 조 위원장은 "사용 사유제한 부분이 수용되지 않는 한 6일부터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주도하고 민노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이 공조하는 형태로 국회의장이 비정규직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거나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