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등 공공사업으로 땅을 수용당한 농민이 대체농지(대토)를 취득할 때 적용되는 정부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대토 대상 농지의 범위를 확대한 지 열흘 만에 행정자치부에서는 대토 부동산에 대한 취득·등록세의 비과세 범위를 축소키로 하는 등 정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건교부는 3월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대토 취득가능 지역을 종전의 주소지 기준 반경 20km에서 80km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행정도시 등 공공사업에 따른 대토 수요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수요가 주변지역으로 집중돼 땅값이 오르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최종 보상집행일 기준 1년 이내로 돼 있던 매입가능 기간도 3년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행자부는 3월30일 그동안 전국을 대상으로 했던 공공사업 수용에 따른 대체토지 취득에 따른 취득·등록세 비과세 범위를 보상비 지급일로부터 1년 안에 △수용대상 토지가 속한 시·도 △다른 시·도는 수용토지의 인접 시·군·구의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로 되레 축소했다. 물론 각종 개발지역에서 풀리는 보상금이 대도시 등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배경 설명이 이어졌다. 이처럼 두 부처의 정책이 엇갈리면서 대토 취득가능 범위는 확대된 반면 대토에 따른 비과세혜택 지역은 크게 줄어 정부가 토지를 수용당한 농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추진해온 대토가능 지역확대 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토 과정에서 가장 많은 세금이 발생하는 양도세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인접 시·군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는 면제액도 1년에 1억원까지만 가능하도록 해 오히려 세금면에서는 불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의정부 민락2택지개발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양도세 면제액이 줄어든 데다 취득·등록세 비과세 범위까지 축소돼 보상이 나오더라도 대토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세제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건교부가 대토 취득범위만 넓혀놓은 것은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행정도시 건설로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있는 충남 연기군 등에서는 벌써부터 법령 개정 전에 대토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기군 D공인 관계자는 "취득·등록세 비과세 범위가 축소되기 전에 충남지역 외곽에 땅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대토 비과세 범위 축소로 농민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건교부가 목표로 했던 개발지 인근 땅값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땅값이 비싸더라도 세금을 줄이고 통작거리가 짧아 농사를 짓기 편한 인접 시·군으로 대토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 후 지자체들이 대토 비과세 감면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을 만들어 승인을 요청하면 수용하는 쪽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