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 최근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카메라폰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MP3폰에 이어 TV폰마저 등장했다. 로봇 청소기에 이어 2008년에는 유전자 치료제가 시판될 것이라는 소식마저 들린다. 이처럼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 제품들 덕분에 현대인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모두들 은연중에 '새것은 더 낫고,더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신기술,신제품이 항상 성공적이라거나 반드시 유익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3만여개의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이 중 80%가량이 출시 단계부터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최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2%를 채 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의 실패박물관은 시장에서 외면당한 신제품 7만여점을 전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아무리 좋은 신제품도 잘못 사용되면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된다. 당초 다이너마이트는 터널공사 등에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제품이었지만 인명살상 무기로 사용된 경우 다른 측면의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생기는 부작용을 유발했고,항생제는 인류를 세균 공포로부터 구원해 냈지만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된 결과 초강력 내성균이라는 새로운 위협 요인을 출현시켰다. 그런데 신제품보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 새로운 제도다. 잘못 도입될 경우 제도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1세기 이상 인류를 고민하게 만든 사회주의 실험이라든가 마피아의 온상이 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이 그 좋은 예다. 미국 금주령은 1차 대전 당시 식량절약과 작업능률의 향상이 필요했던 시대적 배경과 적대국인 독일맥주에의 반감까지 겹쳐 크게 환영받았던 조치였다. 취지도 훌륭했고,국민지지도 높았는데 왜 실패했을까? 최근 우리 사회에는 환경이나 소비자권익증진,주주이익보호 등과 관련한 새로운 제도 도입활동이 활발하다. 각종 단체를 위시한 여론이 좋은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어 명분에서야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새 제도를 마치 쾌도난마식 해법인 양 생각하다가는 다른 측면에서 예기치 못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미국 금주령의 실패 사례를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제도란 한번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즉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황소개구리가 우리 생태계를 유린했던 전례처럼 새로운 제도의 실험은 또다른 희생양만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