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64)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 11일 헤이그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베오그라드 B-92 라디오가 보도했다. ICTY은 성명에서 이날 밀로셰비치가 그의 감방 침대에서 숨져 있는 것을 교도관이 발견한 뒤 상부와 의료진에게 알렸으며, 곧이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CTY 공보담당 직원은 밀로셰비치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ICTY측은 사체 부검과 함께 독극물 검사를 지시하는 등 사인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유고 대통령이 된 후 코소보전쟁(1998-1999년), 크로아 티아전쟁(1991-1995년), 보스니아 전쟁(1992-1995년) 등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60여 건의 전쟁 및 반인륜 범죄 혐의와 1995년 보스니아에서 7천명의 이슬람 교도들을 학 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2년 2월 이후 4년간 ICTY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그에 대한 재판은 그동안 고혈압과 심장질환 등의 증세로 여러번 연기되기도 했는데 지난주에는 또 다른 증인 출석을 위해 재판이 다시 중단됐었다. 그는 지금까지 재판에서 ICTY의 정당성과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으며, 지난 2001년 미국 폭스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내가 내린 결정은 모두 합법적이었으며 유로슬라비아 헌법과 자위권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밀로셰비치는 지난달 러시아에 가서 신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으나, ICTY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 청원을 기각했다. 그의 영국인 변호사인 스티븐 케이는 밀로셰비치가 재판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으며 자포자기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는 나에게 자신이 재판을 모두 치르고 감옥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밀로셰비치의 형인 보리슬라프 밀로셰비치는 그의 죽음은 모두 ICTY측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밀로셰비치의 죽음은 지난 2002년 그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한 옛 동료 밀란 바비치가 같은 감옥에서 자살한 지 6일만에 발생한 것으로, ICTY측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측은 그의 죽음으로 세르비아가 또 다른 전범 용의자들을 ICTY에 넘겨주는 일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론 이를 계기로 이 지역의 화해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오스트리아에서 발칸 지역 정계인사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밀로셰비치의 죽음이 세르비아가 미래를 내다보는데 일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