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사무총장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파문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민주, 민노당이 일제히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이 문제가 지방선거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최 전 사무총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밝히는 등 사태의 조기진화에 나섰으나 열린우리당은 성추행 사건의 전모 공개를 요구하며 정치쟁점화할 태세이다. 또 민주당과 민노당이 최 전 사무총장의 정계은퇴 또는 형사처벌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여성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명 또는 의원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파문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사활을 건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성추행 사건은 한나라당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한 여성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아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 전 사무총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키로 최종 결정하고,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생긴데 대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절대로 다시는 이런 국민에게 지탄받는 언행이나 일들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후 곧바로 당윤리위를 소집해 징계절차에 착수했으며 회의에서는 탈당권유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징계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부와의 접촉이 두절된 최 전 사무총장이 윤리위에 출석하지 않아 징계수위를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했다. 당윤리위 규정은 징계에 앞서 당사자의 소명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와 중징계 방침에도 불구, 우리당과 민주.민노당은 일제히 "단순 사과와 당직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풍요가 낳은 정신적 빈곤의 산물"이라면서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사건에 대한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막말과 성추행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사무총장직 사퇴로 끝날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한 만큼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즉각 공개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재두(金在杜)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울구치소에서 성폭력에 준하는 가혹행위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최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은 대국민 사과나 당직 사퇴로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며, 본인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 도움을 준 공로로 지난 1999년 여성단체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은 최 전 사무총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더욱 충격적"이라면서 "최 전 사무총장은 의원직 사퇴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특히 최 전 사무총장이 `술집 여주인일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동아일보에 보도된 것을 문제삼아 "해명이란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2차 성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 민노당 여성의원들은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 이날 일제히 별도의 긴급 대책회의를 갖거나 성명을 내고 최 전 사무총장의 제명 또는 의원직 사퇴 등 중징계를 공개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