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버블' 붕괴와 함께 불어닥친 국내 IT 서비스 업계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SDS가 3년여의 `내실 다지기'를 마치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2년 1조5천억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던 삼성SDS는 영업이익이 2004년 1천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천억원으로 3년만에 무려 20배로 늘어났다.


이 같은 눈부신 실적 호전의 중심에는 2003년 1월 취임 이후 회사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감성 경영', '과학 경영'으로 임직원 7천여명의 역량을 하나로 모은 김인(57) 사장이 있었다.


김 사장은 올해 내실과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물지게 경영'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끝내고 2010년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내년에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지략과 덕을 물지게처럼 균형있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인 사장을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삼성SDS 본사 24층 '열린경영실'(사장실)에서 만나 회사의 비전과 경영전략, 개인적인 포부와 희망을 들어 보았다.


◇"마음을 움직이면 태산도 옮긴다"..'CEO의 월요 편지'


삼성SDS 직원중 본사에서 근무하는 1천여명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 400개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김 사장은 이런 특수 상황을 빨리 간파했다.


2003년 1월 취임 직후부터 대화의 단절을 소통으로 바꿀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도입했다.


그중 하나가 'CEO의 월요편지'. 김 사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출장중에도 편지를 거르는 법이 없다.


"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동질성 확보가 관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의 집무실에 `열린 경영실', 회의실에 '상생실(相生室)'이란 문패가 걸려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다독(多讀), 몸에 익은 성실성, 자신에 엄격한 생활태도를 감안하더라도 한 주쯤 쉬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는가.


"월요편지가 157회나 계속되면서 이제는 사원들이 편지를 기다립니다.


이제는 거르고 싶어도 거를 수 없게 됐죠"

그의 편지는 3년여를 지속하면서 부인 장옥희(55) 여사와 첫 만남, 아들의 공동경비구역(JSA) 근무, 틱낫한 스님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 티베트에서 사고를 당한 사원을 구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한 사원의 사연과 쾌유 기원, 최신 경영 이론인 `6시그마' 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진솔한 필치로 다루고 있다.


때로는 30여 통의 답장이 올 정도로 사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CEO의 월요편지'를 적어도 사장 재직중에는 책으로 낼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원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힘을 모으겠다는 순수한 동기가 의심받는 게 싫단다.


김 사장은 이밖에도 취임후 사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임원들이 각 부서의 직원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갖는 '열린 두리반'을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매년 사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야간 철야행군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2004년 50㎞로 시작한 행군 거리는 지난해 55㎞, 지난 17일 열린 `마르쉐 2006'때는 60㎞로 늘었다.


내년부터는 매년 1㎞씩 늘려 삼성SDS가 '글로벌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10년에는 65㎞를 달성할 계획이다.


마르쉐는 (marche)는 프랑스어로 `행군, 걸음, 도약'을 의미한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리더십, 솔선수범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꼽는다.


"같은 회사의 식구이긴 하지만 모두 직급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의사소통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리더십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는 "일 자체이며 성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CEO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종업원과 고객 모두를 위해 부가가치를 많이 일으켜서 경영성과를 올리는 것입니다.


또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희생하며 앞장서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물지게의 핵심은 균형"


김 사장은 삼성의 여러 계열사들을 거치면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많은 도전에서 성공을 거뒀다.


95년부터 98년까지 삼성SDI 독일 법인장으로 있을 때는 1개 생산라인당 3천500개에 불과했던 브라운관 생산량을 단 2년만에 무려 7천개 이상으로 늘렸다.


"당시 5천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에서 70%인 3천500개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6천500개로 잡았는데 2년후 7천개를 넘겼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들중 하나가 그 때였습니다"


2003년 8월 김 사장이 삼성SDS에 처음 혁신운동인 '6시그마'를 도입할 때는 "우리같은 소프트웨어(SW) 회사가 왜 그런 게 필요한가"라는 등 불만과 저항,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 속의 6시그마'라는 조직문화로 자리잡았고 회사의 안정과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룰이 됐다.


김 사장은 올해는 경영기조를 '물지게 경영'으로 정했다.


"물지게 경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안정 속에 도전입니다.


역량 강화에 입각해 내실과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핵심 구성은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파격적이고 새로운 창조를 이룩하는 유연성과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협조하고 대화하며 상생하는 협업이 두 축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지게 경영'은 삼성SDS의 비전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기해 발표한 '비전 2010'을 통해 '글로벌 톱 10' 진입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올해 '물지게 경영'을 통해 2007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것이다.


"세계 IT 서비스 시장 규모는 6천500억달러 수준인데 국내 시장 규모는 13조7천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2-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시장은 97%인 세계 시장입니다"

삼성SDS는 현재 해외 진출 삼성 관계사의 시스템 구축.운영, 전자정부사업 등 2개 부문에서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솔루션 판매 부문은 경쟁 및 인력운영의 어려움으로 3년전 사업을 접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올해는 IBMGS, HPS, EDS, 액센추어, CSC 등 '글로벌 빅 5'의 해외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우리의 역량도 새롭게 분석해서 세계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삼성SDS는 이를 통해 2010년 매출 8조원,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1차 목표 지역으로 공략한 뒤 이를 토대로 미국, 유럽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진출시에는 현지 업체들과 인수합병(M&A)을 통해 현지화를 강화하고 덩치도 키울 생각이다.


"글로벌 선진 경쟁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성장 과정을 조사해보니 1년에 14-20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물지게 경영', 즉 '균형 경영'은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으로도 구현되고 있다.


김 사장은 "상생을 위한 협력 계획에 따라 국내 중소 SW 업체의 우수한 제품은 실력에 의한 투명한 경쟁으로 채택할 것이며 이것은 삼성SDS의 솔루션 경쟁력에도 도움이 돼 향후 상호 건설적인 동반 관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S는 협력회사와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등록 협력회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 ▲경영혁신 지원 프로그램 ▲파트너스 포털 사이트(www.sdswinwin.com) 운영 ▲연구회 활동 지원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 등 5대 협력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끼 있는 사람이 좋다"


삼성SDS는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어하는 회사중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 사장이 보는 삼성SDS의 인재상을 물었다.


"끼있고 개성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끼가 있다는 것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근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직원들의 옷차림도 정장보다는 활동적인 캐주얼이나 콤비 스타일, 노타이를 선호한다.


그 자신도 업계에서 멋쟁이로 소문이 나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싱글 정장을 잘 입지 않는다.


비싼 옷보다는 저렴하면서도 개성있는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외모로만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은 의식과 능력, 두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식이란 태도, 자세, 열정, 성실성을 의미하고 능력은 리더십, 판단력, 전문지식을 말한다.


"두가지 모두를 균형있게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다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일에 대한 열정입니다.


열정이 있으면 노력을 통해 전문지식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아들이 삼성전자[005930]에 입사했을 때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라'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김 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의식'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의 아쉬움을 표시했다.


"암 치료의 권위자가 암에 걸렸는데 큰 병원의 유명한 의사가 아니라 최근 몇년간 연구를 많이 한 젊은 의사를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개인적인 역량이라는 면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뛰어납니다.


단지 희생정신같은 것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죠. 하지만 사회적인 조류이고 그것이 꼭 나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은퇴 후의 꿈은 봉사"


김 사장은 화려하지 않고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선행을 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과 감동을 주는 사람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시절인 2000년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온몸에 화상을 입어 재활치료를 받으면서도 학업을 계속하고 이지선씨, 산악인 엄홍길씨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때문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 자신도 은퇴 후에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신앙생활 속에서 체력을 바탕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집사람하고도 '은퇴하면 제일 먼저 가톨릭 신학원에 등록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노년까지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그는 일 못지 않게 체력관리에도 철저하다.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운동하고 퇴근이 아무리 늦더라도 집 근처에서 30분내지 1시간동안 산책을 한 후에 잠자리에 든다.


24층 집무실까지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올라간다.


철저함은 으레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법이지만 그는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집의 가훈과 저의 좌우명은 '생각은 긍정적으로, 행동은 즐겁게'입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최면을 겁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훈련이 돼 있는 셈입니다"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열정적인 김인 사장. 삼성SDS가 세계 최고 IT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고 난 뒤, 그리고 그 후,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국기헌 기자 kskim@yna.co.kr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