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꽃샘추위가 왜 이렇게 춥나요. 입에서 단내가 나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60km 야간행군을 마친 후에는 참가자들 모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인 17일 저녁 분당 탄천 주변 산책로.맨 앞에서 1300여명의 일행을 이끌고 가는 김인 삼성SDS 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꽃샘추위 때문에 입을 열기조차 힘들었지만 김 사장은 기자에게 행사의 취지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조금 걷다 보니 참가자들의 열기가 전해진 듯 몸이 후끈해지기 시작했다. 삼성SDS가 2004년부터 실시하는 야간행군 행사인 '마르쉐'.마르쉐는 '행군''도약'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올해는 분당 제2사옥에서 출발해 성남 제2종합운동장,서울공항,독정천을 거쳐 서울지하철 수서기지,잠실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왕복 60km 코스를 행군했다. 첫해 50km,지난해 55km에 이어 올해 5km 늘었고 내년부터는 '글로벌 톱10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가 될 때까지 해마다 1km씩 늘려 나갈 예정이다. 올해 행사의 특징은 임직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꾸몄다는 점이다. 부인과 자녀들이 아빠 회사의 문화를 느껴보고 멋진 추억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회사측은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1300여명 모두의 명찰에 전자태그(RFID)를 장착했다. 행군 노선에는 30여개의 응원단을 배치해 폭죽을 터뜨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다. 하트 모양 풍선에 각종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도 곳곳에 보였다. 연도에 촛불을 늘어세우기도 했다.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행군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서별로 길목에서 응원 구호를 외치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상길 전자SI사업부 책임은 "지난해 55km를 행군했는데 올해도 60km를 완보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도 출신 여성 연구원인 찬드라씨는 "너무 춥기는 하지만 인도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행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행군 초반 탄천 주변 도로에는 직원 부인과 자녀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양홍모 전자IS사업부 전무의 딸인 소영양(10)은 "행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아빠께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했다"면서도 "그런데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굴에 페인팅을 한 공급망관리(SCM) 사업부 최규득씨의 두 자녀는 "(추워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서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김인 사장의 부인인 장옥희씨는 "직원분들과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면서 손을 녹여가며 주위 사람들을 다독였다. 10km 구간인 성남제2종합운동장에 도착하자 참가 가족들은 기념품을 받고 귀가했다. 본격적인 야간행군이 시작된 것.칼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머리 속에는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 주변에는 가로등 불빛만 눈에 띌 뿐 적막 그 자체다. 끝없이 계속되는 행군에 '이런 것을 왜 하나'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 말소리도 잦아들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촘촘했던 간격도 벌어지고 간간히 격려하는 소리와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직원들은 옷깃을 여미고 다리를 절면서도 밤을 꼬박 새우며 15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마쳤다. 새벽 어스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분당 제2사옥을 보면서 삼성SDS 직원들은 '이번에도 해냈다'는 남모를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행군을 무사히 마친 신동준 3S기획팀 선임(32)은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함께 걷는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참아보자는 오기가 생겼다"며 "이런 의지라면 어떤 힘든 과제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