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 '토지분할 허가제'가 비도시 지역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전에 땅을 분할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허가제가 시행되면 앞으로 수도권 및 지방의 비도시 지역에서 면적이 큰 임야 등을 매입한 뒤 소형 필지로 나눠 팔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획부동산들의 '땅 쪼개 팔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내 땅 쪼개 달라" 민원 급증


19일 대한지적공사에 따르면 지자체에 토지 분할을 요청하는 민원이 작년 4분기(10~12월)부터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의 경우 작년 1분기 738건이던 토지분할 신청 건수가 2분기 955건,3분기 968건 등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다 8·31대책 발표 직후인 4분기에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327건으로 크게 늘었다.


가평도 1분기 305건에서 4분기 692건으로 127% 증가했다.


강원도 역시 비슷한 추세다.


횡성은 작년 1분기 244건이었던 토지분할 신청 건수가 4분기에는 603건으로 147%,평창은 같은 기간 중 323건에서 748건으로 132% 각각 급증했다.


지적공사 평창지사 관계자는 "특히 임야를 무조건 200~300평 단위로 쪼개 달라는 '묻지마 식' 분할 신청이 많이 늘어 일손이 딸릴 정도"라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덩어리 땅을 매입했던 사람들이 허가제 시행 이전에 토지를 쪼개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토지분할 허가제가 확대 시행되기 이전에 서둘러 땅을 분할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토지분할 신청을 접수한 지자체는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지적공사의 실지 측량을 거친 후에는 새 지번을 부여하게 돼 있다.



◆비도시지역 임야 거래 끊길 듯


이처럼 토지분할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획부동산과 관련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기획부동산의 경우 토지분할 허가제가 확대 시행되면 대규모 임야를 매입한 뒤 땅을 잘게 쪼개 일반인에게 비싼 값에 되팔아 왔던 이제까지의 영업을 계속하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기획부동산은 토지분할 허가제 시행 이전에 땅을 500평 이하 단위로 쪼개기 위해 분할 신청을 넣는 한편 막판 전화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철원 땅을 팔고 있는 T사의 경우 "지금 매입하면 토지를 쪼갤 수 있기 때문에 개별 등기가 가능하지만 다음 달이 지나면 공유 지분으로 거래해야 한다"며 매입을 독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분할 허가제가 본격 시행되면 개발이 어려운 비도시지역 임야 거래가 거의 끊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비도시지역 임야를 거래하는 사람들의 90%는 가수요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앞으로 1000평 이상 큰 단위나 공유지분 형태로 매매할 수밖에 없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 토지분할 허가제란 ]


토지 소유주가 땅을 분할할 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현재 도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다음 달 8일부터는 비도시 지역(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 지역)으로 확대된다.


산지관리법 농지법 등 다른 법에서 개발을 제한하지 않은 지역에서만 토지 분할이 가능하다.


비도시 지역 중 토지·주택 투기지역에선 분할이 아예 금지된다.


분할한 후 토지 면적은 최소 18평 이상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