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은경아! 잘했다!" 19일 오전 5시50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 출전한 최은경(23.한국체대) 선수가 은메달을 따자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최 선수의 집을 홀로 지키고 있던 아버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맏딸 보경(24)씨가 외국으로 유학가 애완견 별이와 집에서 밤을 꼬박 새며 딸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최진동(50)씨는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최씨는 "지난해 3월 허리부상으로 운동을 더 이상 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말에 은경이 운동하는 것을 말릴까도 생각했었다"며 "은경이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재활훈련해 오늘 같은 쾌거를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그러나 "어제 저녁 전화통화에서 컨디션이 괜찮다는 딸 아이의 말을 듣고 내심 금메달을 욕심내봤다"며 최 선수가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석패, 은메달 획득에 그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최씨는 "부상에다 빙상계 내부 문제로 은경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은경이가 돌아오면 세계선수권 대회 등으로 이후 일정이 빠듯하지만 여행이라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딸의 선전을 기원하며 매일 새벽 인근 봉선사 등에서 불공을 올리던 어머니 박수현(48)씨는 2002년 경기때와 마찬가지로 서울 자양동 불심정사에서 딸의 메달 소식을 접했다. 2녀 중 막내인 최 선수는 대구 용지초고, 서울 목동여중, 세화여고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천500m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10년 동안 대표팀의 든든한 대들보로서 활약하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