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7일 8천억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사회에 헌납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 기금의 조성과 운영방법 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삼성은 이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등의 증여문제와 X파일 같은 문제들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을 깊이 사과하고 반성한다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가 출연했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포함해 8천억원 상당의 기금을 사회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특히 이 회장의 뜻에 따라 그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에버랜드 CB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취득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이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2002년 7월 국가 차원의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최대규모의 장학재단인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장학재단에는 이 회장이 1천300억원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1천100억원, 계열사 2천100억원 등 총 4천500억원이 출연된 상태다. 여기에 이재용 상무(800억원)와 부진, 서현씨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계열사 지분취득 과정에서 얻은 것으로 지적했던 1천300억원이 포함된다. 또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재산을 포함해 이 회장 일가가 2천200억원을 새로 내놓기로 해 총 8천억원의 기금이 조성돼 사회로 헌납된다. 다만 이재용 상무의 출연분은 본인이 직접 부담하고 부진, 서현씨의 경우에는 보유중인 주식이 모두 비상장 주식이어서 처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출연분은 이건희 회장이 대신 부담할 계획이라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사회기금의 운영 주체와 운영 방안은 정부가 시민단체와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장학재단도 국가나 사회가 맡아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정관이나 사업 내용을 바꿔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이 내놓는 사회기금의 운영 방식과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으나 향후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재단 설립 등의 방식으로 공익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이같은 계획은 우선 대규모 기금을 사회에 환원해 공익 사업에 활용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안기부 X파일에서 드러난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혹과 국내 대표기업으로서 독주해온 데 대한 사회 일각의 `반삼성 분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은 시민단체들로부터 이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취득을 통해 얻은 것으로 지적돼온 차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회에 헌납키로 함으로써 그동안 에버랜드 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인수 등으로 불거져 나왔던 편법 상속에 대한 논란과 반감을 헤쳐 나가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취득과정에서 얻은 차익은 사회에 내놓더라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들의 지분은 변함이 없는 데다, 에버랜드 CB의 경우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삼성은 그동안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축해오다 기금을 헌납한 것은 뒤늦게 시민단체가 제기한 문제를 시인한 셈이어서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한 삼성측의 논리와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특히 삼성이 1999년 삼성차 사태 때의 이 회장 사재 출연에 이어 위기 타개책으로 또다시 기금 헌납을 내세움으로써 `위기 때마다 비난여론을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은 과거 삼성차 사태 때도 사재 출연을 발표했었으나 아직까지 채권단과 분쟁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해결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