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에 대한 덴마크 신문의 조롱성 풍자만화 게재 파문이 이슬람권과 서방의 문명 충돌 양상을 넘어 경제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동예루살렘에는 2일 '덴마크 상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나붙었다.


아랍 각국 정부와 언론,종교 지도자들도 불매운동을 공공연히 촉구하고 있다.


리비아 외무부는 문제의 만화를 처음 게재한 율란츠-포스텐에 대한 덴마크 당국의 방관적 태도를 비판하며 '경제적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한 무장단체 하마스도 전 세계 무슬림을 상대로 덴마크 상품 불매운동을 요구했다.


이슬람 언론들도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랍 신문인 알-메사의 모하메드 푸다 칼럼니스트는 "이슬람을 모독한 덴마크를 상대로 불매운동 등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경제지인 엘-알람 엘-욤은 율란츠-포스텐을 상대로 집단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자고 주장했다.


서방 유통업체들은 이미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할인점 까르푸는 최근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오만 카타르 등 중동지역 매장에서 덴마크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고객들의 '반 덴마크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걸프와 북아프리카 지역의 슈퍼마켓들도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웠다.


레고 뱅앤올룹슨 알라푸드 등 덴마크 기업들은 피해가 불어나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상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금까지 덴마크 기업들의 피해액이 5500만달러에 달하며 덴마크와 스웨덴이 합작해 설립한 알라푸드는 하루 240만달러꼴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에서 연간 4억8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알라푸드측은 지역 일간지에 '우리는 문제의 만화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광고를 냈지만 불매운동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매운동에 따른 손해로 직원 125명을 일시 해고했다.


유럽연합(EU)은 아랍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확인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덴마크의 율란츠-포스텐 신문이 작년 9월 마호메트가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을 머리에 두른 만화를 실어 촉발된 후 지난달 노르웨이 신문이 이 만화를 다시 게재하면서 악화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마호메트를 형상화하는 것이 금기시돼 있다. 프랑스 르몽드 등 서방권 언론은 표현의 자유라며 덴마크와 노르웨이 신문을 지지,문명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