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지역에서 땅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B씨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30% 낮게 계약서를 작성했다. 올해부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됐지만 매도·매수자 모두 실거래가보다 낮게 계약서를 쓰는 이른바 '다운(down)계약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면 매수자는 취·등록세 수백만원을,매도자는 양도세 수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B씨는 "당국에 발각되면 중개업자도 처벌받지만 땅의 경우 현실적으로 당국이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됐지만 실거래가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하는'다운 계약서'나 실거래가보다 높게 계약서를 작성하는'업(up) 계약서'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무당국이 감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실거래가 파악이 곤란한 지역이 많아서다. 물론 실거래가 파악이 용이한 서울·수도권지역의 아파트와 땅 시장에선 실거래가 관행이 정착돼가고 있다. 토지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의 진명기 시장은 "용인 평택 등의 토지시장에선 공인중개사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거래가 파악이 어려운 지방에선 사정이 다르다. 충청권을 무대로 땅 중개를 하는 K씨는 "천안 아산 공주 등 개발지역에선 다운계약서를 쓰는 것이 어렵지만 이들 지역에서 약간 벗어난 예산 보은 등지에선 불법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며 "공시지가(옛 과세표준)와 실거래가(새 과세표준)가 10배 이상 차이나 하루 아침에 취·등록세가 10배까지 뛰는데 누가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충북 보은에서 중개업을 하는 A씨는 "매도인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매수인은 자신이 다음에 매각할 때를 대비해 양도세 절세를 노리고 업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계약 시점을 지난해 12월로 바꾸는 불법도 만연하고 있다. 실거래가신고제가 도입됐지만 지난해 '계약'을 한 아파트는 시세의 70~80% 수준인 기준시가를 과세표준으로 해서 취·등록세가 부과된다. 또 올해 '등기'하는 부동산의 취·등록세율은 4%에서 2.85%로 인하된다. 실제 올해 계약한 사람이 지난해 계약하고 올해 등기한 것처럼 꾸미면 낮은 과표와 낮은 세율을 동시에 적용받아 취·등록세 수백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H공인 K사장은 "작년 말에 계약한 것처럼 꾸며 달라는 고객 요청을 여러 건 받았고 일부 중개업소들은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생명 이장건 세무사는 "실거래가 파악이 어렵고 단속의 손길이 미치는 데도 한계가 있어 하루 아침에 허위 거래 신고 관행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